Colonia

Divisadero, Chile

by 최다운 바위풀
Divisadero, Chile


15년 09월 Chile


얼마 전, 웹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엠마 왓슨이 출연한 <Colonia>란 영화를 보게 되었다. 실화에 기반하여 칠레 피노체트 독재정권의 비밀 감옥 역할을 하던 사이비 종교 집단농장 콜로니아와 그곳에 갇힌 독일인 커플의 탈출기를 그린 작품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영화의 재미나 완성도는 차치하자. 다만 개인적으로 불편했던 한 가지는 화면에 그려진 독재 정권과 사이비 교주의 행태가 작금의 이곳 상황과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폭력과 억압,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두려움으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그이들의 짓거리가 요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과 비슷해 보였다.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또는 밉보인 이들을 처리하는 방식, 잠재적 집단 폭력을 활용하며 – 이제는 잠재적이 아닌 ‘대놓고’가 되었지만 – 이를 통해 각인시키려는 두려움에 의한 통치란 참으로 구시대적이다.


작년에 일주일 정도 칠레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경유 대기시간을 뺀 순 비행시간만 꼬박 24시간이 넘게 걸리는 데다, 일주일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현지 출장만 두 번을 더 다니느라 제대로 그곳을 보고 느낄 겨를은 없었다.


다만 그동안 업무를 진행하면서 칠레에 대해 갖게 된 인상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남미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가장 체계가 잘 잡힌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부패 문제나 정책 관리의 투명성 등을 비교해 보면 한국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문득, 내가 표피적인 상황만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내 눈에 비친 아주 소소한 부분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려 했다. 수십 년에 걸쳐 있던 독재의 역사는 칠레의 현재를 만들어온 또 다른 단면일 터이니, 이를 먼저 아는 것이 그곳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조금 더 넓히는 길일 것이다.


… 영화를 본 후,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니 콜로니아를 탈출한 레나와 다니엘 커플이 폭로했던 그곳의 실상은 불행히도 당시(1970년대)의 칠레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했다. 그곳의 관계자가 법의 처분을 받은 것은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나서도 몇 년 뒤인 1990년대. 결국 누군가의 용기 있는 행동이 변화를 일으키지까지 십 수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되었다는 사실은 현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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