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제프리 밀스테인
사진가 제프리 밀스테인.
벤루비 갤러리에서 만난 그의 5번가 풍경은 마치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보는 듯했다. 캔버스를 빠져나온 화가의 손길로 도시를 칠한 걸까?
밀스테인의 항공사진들은 단지 하늘에서 내려다 본 풍경에 그치지 않았다. 그 안에 고대의 신비로 그려낸 거대한 지상화가 있었고 파스텔톤 빛깔에 빠진 모네의 수련 연못이 있었다. 그의 이미지들은 지상에 그려 놓은 거대한 예술작품이었다.
평생토록 하늘을 꿈꾸었다는, 그래서 직접 비행기 조종 자격증까지 획득한 그였다. 그러니 사진가로 전향한 그가 하늘로 올라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종종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풍경에 빠져 버린다는 그의 시선이 드러낸 세상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 놓고도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미지와의 조우였다.
"마치 몬드리안의 손길이 스쳐간 듯했다. 그의 붓으로 세상을 칠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뉴욕의 마천루들이 형형색색으로 칠해 놓은 점, 선, 면의 화폭 앞에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차들의 행렬은 블록 사이를 흐르는 강물처럼 보였다. 분명히 2차원 평면의 인화지 위에 재현된 풍경인데 높이에서 느껴지는 아찔함 때문에 현기증이 일 정도였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뉴욕의 5번가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도시의 모습이 아니었다. 내 눈앞에 펼쳐진 건 한 폭의 거대한 추상화로 덮은 맨해튼이었다."
"타일이 깔린 활주로를 교차하는 두 대의 비행기를 보며 생각난 건 고대의 지상화였다. 남미의 어느 사막에 있다는, 어쩌면 외계인이 그렸을지도 모른다는 미스터리한 기호가 이미지 위로 겹쳐졌다. 하늘에서 바라본 공항의 정경은 노란색 선과 비행기들로 그린 신비한 그림이었다. 옆에 걸린 발전소의 풍경은 마치 모네의 수련 연못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해 질 무렵의 파스텔톤 빛이 공단을 덮었다. 그 풍경 안에서 녹색의 저유탱크는 잎사귀가 되고 하얀색 파이프는 줄기가 되어 인상파의 연못을 만들어 냈다.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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