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조금 불편하지 않아요?”
“굉장히요.”
전시장 반대편에 있던 장년 커플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을 때 새삼 깨달았다. 내가 누구의 전시를 보러온 것인지를 말이다. 아무렴,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지. 처음으로 직접 본 그의 인화물들은 그만큼 사납고 강렬했다.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살아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은 다음에도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천착한 작품의 소재들 - 퀴어 간의 사랑, S&M 등 -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영위한 환락의 생활 또한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공공연히 약과 섹스에 취한 광이었고 S&M을 섹스&매직이라 일컬으며 한때는 자신의 몸을 파는 생활을 했을 정도였으니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의 사진이 사납기만 한 건 아니었다. 카메라를 향해 벌린 남성의 항문 옆에 나란히 걸린 꽃 사진은 놀란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다. 어린 시절의 그를 지켜봐 온 한 신부는 메이플소프의 이러한 사진들이 다른 작품들을 정화해 주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그의 사진들을 보며 생각했다. 메이플소프의 세계는 불편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한 번도 보이지 않은 것처럼 피사체를 바라본다”고 했던 사진가의 세계에선 서로 다름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일까.
전시를 보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퀸즈에 있는 그의 묘를 찾았다. 부모님과 함께 쉬고 있는 그의 묘비는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예술가의 묘라기엔 소박해 보였다. 어쩜 그것이 진짜 그의 모습일지도 몰랐다. 마음속에 피어오르던 생경한 감정을 어찌하지 못해, “네가 떠나면 난 게이가 돼버릴지도 몰라”라며 연인에게 울부짖던 여린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창작에 대한 메이플소프의 열망은 그 감정을 끝내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는 그렇게 삶과 예술을 하나로 이으며 자신만의, 오직 자신만의 이미지들을 탄생시켰다.
"전시홀 반대편의 장년 커플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싶었다. 눈앞의 이미지들은 그만큼 사나웠으니까. 사진 속에는 구부러지고 경직된 남체의 은밀한 결 하나까지 모두 드러나 있었다. 프레임 밖으로 강렬한 욕망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었다. 벌거벗은 남자들 사이로 들어앉은 정갈한 꽃들도 있었다. 순도 높은 욕정과 순백과도 같은 순수의 만남이었다. 그런데 “한 번도 보이지 않은 것처럼 피사체를 바라본다”라고 했던 사진가의 세상에선 서로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걸까? 그의 세계 안에선 불편함과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하나가 되고 있었다."
"작가의 내면에서 살아 숨 쉬는 두 개의 인격과도 같던 이 사진들, 그것은 뒤에 펼쳐질 이야기의 전조에 불과했다. 이들처럼 극명하게 대비된, 하지만 훨씬 더 강렬한 이미지들이 전시 내내 병치되어 있었다. 카메라를 향해 활짝 벌린 항문 옆에 정갈하게 다듬은 꽃 한 송이가 걸려있는 식이었다. 전시 큐레이팅을 맡은 사진가 로 에쓰리지가 선정한 메이플소프의 사진들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이미지들을 따라 내 감정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그곳엔 단 두 종류의 사진만이 존재했다. 한쪽은 선으로, 한쪽은 악으로 자신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극과 극의 순간들이었다."
"어쩌면 진짜 그는 여리고 평범했을까? 오랜 연인이던 패티 스미스가 자신을 떠나려 할 때 두려움에 떨며 울부짖던 메이플소프가 떠올랐다. “네가 떠나면 난 게이가 돼버릴지도 몰라!” 그는 제 마음속에 피어나는 생경한 감정을 어찌할 줄 모르던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메이플소프는 끝내 그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의 열망이 그의 삶과 예술을 하나로 이어주었고 자신의 바람처럼 그만의, 오직 그만의 이미지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글래드스톤 갤러리, 뉴욕.
2018.03.
Fuji X-Pro2 + Color Skopar 2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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