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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May 24. 2021

굿나잇 케빈~. 눈물의 어린이집 적응기

전업 아빠의육아 일기 #03.

드디어 짝꿍이 있는 뉴욕으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장장 14시간의 비행을 저와 아이들끼리만 가야 했죠. 수하물은 정확히 10개를 채웠습니다. 큰 트렁크와 이민 가방을 합쳐서 6개, 2인용 유모차 1개, 소형 유모차 1개, 카시트 2개. 그리고 핸드-캐리 할 트렁크와 백팩까지. 비행기를 타는 날은 저희 부모님과 짝꿍의 부모님까지 온 가족이 공항으로 출동했습니다.


다행히 당시 제가 타는 국적기에는 어린 자녀들을 동반하는 어른을 위한 한부모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죠. 입국 심사대도 빨리 통과할 수 있었고요. 아이들은 그저 엄마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들떴어요. 저도 좋았죠. 모두 함께 아침, 저녁으로 얼굴을 맞대며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요.


하지만 아이들은 곧 작은 고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9월이 되면서 집 근처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거든요. 작은 아이는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일 년 넘게 다니긴 했지만 아직 만으로 3살도 안 됐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말도 하나도 안 통하는 새 어린이집이 익숙 할리 가요. 매일 아침 헤어질 때면 눈물, 콧물 다 짜내고 펑펑 울었어요. 거짓말 안 보태고 내리 두 달을요. 


이때 아이들의 적응을 위해 했던 것 중 하나가 굿나잇 노래 부르기였습니다. 작은 아이네 반은 영어를 하고, 못하고 상관없이 한 1/3 정도는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린아이들 반이라 그럴 수밖에요. 그때 담임 선생님이 하루를 시작하며 불렀던 것이 바로 굿모닝 노래였습니다. 생일 축하 노래를 개사하여 아침 인사를 만들었죠. 굿모닝 케빈, 굿모닝 에이미, 굿모닝 하루카~~~ 그렇게 열댓 명의 아이들과 선생님 한 분 한 분의 이름까지 불러주는 것으로 Pre-K의 일과가 시작됐습니다. 


매일 아침 우는 아이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하다가 이 노래를 떠올렸어요. 그래도 친구들 이름이라도 알면 조금은 더 정을 붙이지 않을까? 그래서 매일 밤 침대에 누운 뒤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큰 아이가 자기네 반도 해 달라고 해서 매일 밤 삼십여 명의 이름을 외웠네요. 아이들은 혹시 제가 빼먹은 이름이 있으면 잊지 않고 붙여 주었지요. 물론 작은 아이는 다음 날에도 여전히 울었지만요. 


그래도 두 달 정도를 보내고 나니 작은 아이도 조금은 적응을 했습니다. 수도꼭지처럼 펑펑 흐르던 눈물이 눈가에 고이는 눈물방울로 바뀌었고, 드디어 아빠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줄 수 있게 되었죠. 


그렇게 뉴욕에서의 첫 몇 달이 흘렀습니다. 이때는 별로 다른 걸 할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적응하는 것이 최우선이었죠. 그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슬며시 웃음 지어지는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아이들도 그때 얘기가 나오면 괜히 신나서 끼어들어요. 그리고 이때의 경험 덕분에 여기저기 떠돌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그때가 무작정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아이들이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웠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니 가끔씩 생각나면 웃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



저게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야.


인천공항.


2017년 8월.


아이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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