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아빠의육아일기 #04.
방학을 맞아 짧은 여행을 다녀온 뒤 며칠 내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롤러 블레이드를 타러 나왔습니다.
이리저리 균형을 잡으며 잘 타는 아이의 솜씨가 제법이라 칭찬을 해주었지요.
"이야, 오랜만인데도 잘 타네? 실력이 하나도 녹슬지 않았어."
"아빠, 나는 머릿속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다 있어. 그래서 지금도 잘 타는 거야."
"아, 그래?"
"응. 머릿속에 내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것들 카드가 아주 많은데, 지금은 롤러 블레이드 카드가 제일 앞에 있어. 그래서 지금 나한테 어떻게 탈지 알려주는 거야."
1학년 아이의 생각이 귀여워서 마음속으로 많이 웃었습니다. 소리 내어 웃으면 왠지 부끄러워할까 봐 막 웃지는 못하고요.
자기도 그 생각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나중에도 이야기를 계속하더라고요. 아빠, 지금은 무슨 카드가 있어요, 지금은 무슨 카드가 있어요.
아이의 생각처럼 제 머릿속도 그렇게 필요할 때 바꿔 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면 하고 싶은 걸 그때그때 잘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