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아빠와 아이의 행복 찾기
몇 달 전 이야기이다.
큰 아이가 며칠 동안 계속 덴비 찻잔에 작은 것들을 넣고 다니더니, 오늘 저녁 먹는데 그걸 들고 와서 자기 보물상자란다. 한데 그걸 보고 있자니 좀 위험하다 싶어 말을 걸었다.
"주안아, 아빠랑 같이 문방구에 가서 보물 상자 재료를 사 올까? 그리고 같이 새 보물 상자를 만들자."
몇 번 꼬시니 "좋아."하고 넘어온다.
"그럼 이건 이제 컵으로 쓰고 우린 새 보물 상자를 쓰자."
자기가 먼저 컵은 다시 제자리에 두자고까지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머릿 속은 하드보드지를 사 와서 이리저리 오리고 붙이는 계획이었다. 상자에는 직접 그림도 그리고 심지어 육각형 상자에 뚜껑을 만들 생각까지 했더랬다.
하지만, 아아... 다이소에는 왜 그리 싸고 좋은 상자가 많은 것인가.
"주안아, 이거 보물 상자 같지 않아?"
"응,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미 반짝거리는 꽃 장식에 눈독 들이던 아들의 대답은 건성이다.
"그럼 이 상자에 꽃 장식들을 붙여서 새 보물 상자 할까?"
"좋아!!"
결국 이천 원에 타협한, 게으른 아빠와 아들의 행복 찾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