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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Oct 06. 2016

알라딘

이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기분

보통 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는 큰 아이에게 장편 만화영화를 보여 주곤 한다. 그동안 주로 뽀로로나 옥토넛 극장판 등을 자주 봤었는데 지난 주말에는 나름 벼르고 있던 디즈니의 알라딘을 보여 줬다.


알라딘은 내가 초등학교 때 나왔던 작품인데, 그때 이 만화의 완전 팬이 되어서 당시 나왔던 디즈니의 비디오테이프로 정말 수십 번은 돌려 봤었다. (아마 노란색 비디오테이프였던 듯한데 라이온 킹 테이프가 노란색이고 알라딘은 다른 색이었는지는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다.)


요술램프와 하늘을 나는 양탄자,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알라딘의 모험이 어린 눈에는 무척이나 멋있었던 것 같다. 알라딘의 주제가 "A whole new world"가 우리 결혼식의 축가이기도 했으니 이 만화와는 이래저래 인연이 깊다.


그러고 보면 아이와 내가 이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같은 작품을 보며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니 기분이 묘하다. 내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나 싶기도 하고, 그간 살아온 세월의 길이가 문득 강하게 느껴진다.


지금이야 이십 년 중반이 채 안 되는 세월 차이지만 둘째가 조금 더 커서 이 만화를 보게 되면 정말 세대 간의 공감이 되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때가 되면 정말 근 삼십 년의 세월 차이다.


아주 좋은 아빠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될 수 있는 한은 아이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지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 그것이 꼭 어딘가를 놀러 가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도 좋다. 단지 집에서 있는 시간이나 또는 동네 산책이라도 최대한 같이 하고 붙어 있으려 노력한다. 그러한 감정과 시간의 공유가 알게 모르게 아이들과 나 사이를 이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알라딘을 함께 보며 변화무쌍 변신하는 지니와 하늘을 나는 양탄자는 어떤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도 그래서 내게는 참 소중한 시간이고 재미있다. 이런 시간도 아이들이 크면 점점 줄어들게 될 테니 가질 수 있는 한 최대한 누리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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