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아빠의 육아 일기 #9.
지난 금요일 점심때쯤이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학부형들이 함께 있는 위챗 그룹방에 선생님의 메시지가 올라왔어요.
요지는... 오늘 아이들의 아이패드에서 적절하지 못한 콘텐츠가 발견되었다. 주의를 주었고 모두 지웠지만 부모님들도 집에서 조금 더 살펴봐 주길 바란다 였죠.
정확히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아마도 야한 사진 같은 것이 있지 않았나 짐작했습니다. 이 나이 때라면 조금 빨리 크는(??) 아이들은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법도 하다 싶었지요.
그날 저녁, 밥을 먹고 쉬고 있던 큰 아이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패드에서 뭐 지웠니?”
“응, 그거. A랑 B랑 C랑 D는 오늘 선생님이 아이패드 가져가고 월요일에 돌려준대. 무슨 여자 이상한 사진 그런 거 있었나 봐. 그다음에 선생님이 우리 전부 줄 세우고 한 명씩 아이패드 언락 해서 사진 같은 거 체크했어.”
얘기를 들어 보니 한 아이가 사진을 가지고 있었고, 두 명이 에어 드롭으로 받았고, 한 명은 보긴 했는데 받진 않았다, 이 정도인 것 같더군요.
아이는 사진을 보지는 못했는지 그냥 뭐 이상한 사진 정도로만 대수롭지 않게 말하더라고요.
“선생님이 아이패드 볼 때는 뭐 없었어?”
“응, 내 거는 뿌요뿌요 비디오 이런 거.”
아이 아이패드를 체크하던 선생님이 게임 비디오만 잔뜩 봤을 걸 생각하니 그것도 웃기긴 하더군요.
여하튼 아이가 커 가면서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이제 정말 눈앞에 다가온 것 같습니다. 아직 호기심이 많이 커지지 않은 아이한테 먼저 설명을 시작할 필요는 없을 듯하고요. 다만 그동안 집에서 자연스레 이런저런 얘기들을 한다고 하긴 했는데 어찌 설명할지 더 고민을 해봐야겠어요.
이런 게 진정한 아빠! 가 되어 가는 길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어른의 시간이 찾아온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