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월요일 오후부터 갑자기 모든 수업 일정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며칠 째 집에서만 지내는 중이었지요.
저녁을 차려 주고, 어질러진 거실을 정리하고 있는데 계속 장난을 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이유인지 밥은 제대로 안 먹고 신이 났더라고요.
멀리서 몇 번 주의를 줘 보지만 딱 그때뿐, 곧 다시 시끄러워집니다. 이걸 혼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 아이들이 신나 하는 소리가 문득 크게 들리더군요.
"그래, 애들이잖아. 기분이 업되면 당연히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이 떠오른 순간, 저도 모르게 웃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혼내야겠다는 마음도 정말 순식간에 사그라들었어요.
원효 대사의 해골물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저한테는 매우 큰 깨달음의 순간이었습니다.
이거구나, 내 마음이 바뀌면 이럴 수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사실 아이들을 혼내면 힘들어지는 건 저도 마찬가지니까요. 조금만 바뀌면 모두 좋을 수 있는 거죠.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은 결국 나부터 시작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면 아빠는 더 많이 혼내는 사람이라는 아이들의 인식도 바뀔지 모르죠.
그렇게 마음을 가라 앉히고 정리를 하다 보니, 아이들은 조금 시간이 걸렸어도 싹싹 다 먹었더라고요. 물론 피아노 옆 벽까지 밥풀이 날아간 건 이해가 안 가지만요. ^^
말로만 듣고, 글로만 읽던 '좋은 부모'가 되는 변화의 시작점을 찾은 기분이기도 합니다. 이 마음을 잊지 말고 늘 기억해야겠어요.
비 온 뒤의 하늘색은 이렇게 예쁜데, 저도 아이들 마음도 늘 그렇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