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풍경
효자동에서 통의동으로 이사 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도보 출퇴근을 한 지가 이제 1년이 조금 넘어가는 것 같다. 나름의 최단 거리를 찾다가 선택한 경로가 경복궁 담을 따라 걷다가 광화문 앞 횡단보도를 지나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쪽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것이 동양 시멘트 노동자들의 오래된 노숙 농성장이다. 내가 도보 출퇴근을 하면서 보아 왔으니 적어도 1년 이상은 계속 이어 가고 있는 농성이다.
늦가을에서 이른 겨울로 넘어가던 지난 11월, 쌀쌀한 새벽 공기 속의 출근길에서 마주한 풍경은 기묘했다. 따뜻하게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 아래의 농성 텐트를 보고 있자니 참으로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건물주가 크리스마스가 되어 장식을 한 것일 터인데, 농성 캠프를 사이에 둔 저 나무들에 장식을 하던 이의 기분은 어땠을까. 바로 그 나무 밑에서 노숙 농성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그곳에 연말 장식을 설치해야 하는 기분은 무언가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추워진 날씨에 한뎃잠을 자며 트리의 불빛을 바라보던 이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것이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자신들의 처지와 대비되어 우울해졌을까. 아니면 그나마 연말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아주 조금이라도 마음이 따뜻해졌을까.
스크루지 영감의 크리스마스처럼 연말연시의 기분이 모두의 미움과 분쟁을 사르르 녹여 주면 어떨까라는 헛된 상상을 해 보기도 하지만 부질 없는 짓이다. 다만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라도 우리 사회에서 이런 풍경이 사라져 가는 상상을 해 본다. 그럼 지금보다는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