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A-cut
13년 초여름 즈음 Jouy-en-Josas
사진을 찍다 보면 흔들렸거나, 초점이나 노출이 맞지 않았거나, 또는 원치 않는 것이 프레임 안에 담기는 경우가 있다. 필름이나 디지털이나 마찬가지지만 이런 사진들은 흔히 B-cut으로 분류되어 어딘가 보관함에 또는 폴더에 쳐 박히곤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B-cut 중에 유독 내 맘에 드는 사진들이 있다. 때론 프레임 안에 담긴 인물이나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아무도 몰라도 나는 좋아'인 경우도 있다.
이 사진은 스카프를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무엇이 좋았는지 신나서 방방 뛰어다니며 기숙사 안을 돌아다니던 큰 아이다. 아마 두 돌이 되기 전이었으니 지금의 둘째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다.
사진을 급히 찍느라 조금 흔들리기도 했고 똑딱이 카메라의 성능이 못 따라오는 접사가 되어 초점도 조금은 흐릿하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고 있자면 그때 그 공간을 채우던 아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곳의 공기와 분위기가 다시 내 안에 생생히 되살아 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 보면 이 사진은 내게 아주 소중한 A-cut이다.
거리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러한 내 일상의 기록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좋아한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그때 그곳을 다시 추억하고 느낄 수 있어서 마음에 든다. 아마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 중 많은 수가 비슷한 이유로 사진을 찍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간이 허락하면 쌓여 있는 사진들을 정리하여 아이들의 성장과 추억 앨범을 만들고 싶은데 조만간 시작을 해 봐야겠다. 내가 낭비하는 시간들 중 조금만 아껴도 아마 가능할 거다.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아주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