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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Mar 23. 2023

마음 헤아리기

전업 아빠 육아 일기 #17.

"아빠, 나 학교 가기 싫어."


몇 주 전 목요일 아침, 등굣길의 아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한 주의 절반이나 지났으니 피곤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싶어, 아이를 달래주려 했습니다.


"그래, 이번 주도 벌써 4번째니까 좀 힘들지? 내일까지만 하면 또 쉬는 날이니까 기운 내자. 그런데 무슨 일 있어?"


"응, 옆에 친구가 자꾸 몸을 만지고, 뭐 그리려고 해."


"아, 하지 말라고 얘기는 했어? 안되면 선생님한테 말해도 돼."


"응, 근데..."


아이 얘기를 들어보니 조금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이번 주 모둠에 함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집중력이 조금 약하다 보니 수업 시간에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좀 있는 모양입니다.


작년에는 보조 선생님이 함께 계시던 친구가 같은 반에 있었는데, 새로운 학년에서 같은 반이 된 친구는 그 아이보다는 조금 더 말도 통하고, 따로 도와주는 선생님은 계시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아이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는 이렇게 답해 줬습니다.


"그래, 그러면 좀 힘들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번 주 끝나면 모둠도 바뀌니까 내일까지만 잘해보자."


그렇게 학교를 데려다주고 돌아와 아까 나눴던 대화를 곱씹어 봤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배려해 줘야 한다는 건 아이도 당연히 알고 있는데, 아침의 상황에서 꼭 그 말을 다시 해줘야 할까 싶었거든요. 그것보다는 조금은 힘들 수 있는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 가볍게 달래주기만 했습니다. 


새로운 일 년 동안 친구와 함께 생활하면서 또 배우고 느끼는 것이 있겠지요. 그렇게 아이가 조금씩 커 나가기를 바랍니다.


아이는 고학년이 되니 왠지 부쩍 큰 느낌도 들고, 자기주장도 더 강해지고, 행동도 아주 약간은 어른스러워진 것 갈습니다. 이러다 보면 금세 저보다 키도 크고, 제 할 일을 하게 될까요? 


덧. 글을 쓰면서 처음에는 '몸이 불편한' 친구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일로 작은 아이와 이야기를 하는데 반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친구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불편하다'는 표현이 어딘가 맞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렇게 아이한테 배우게 되네요. :)



사진은 그냥 산책 중 찍은 한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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