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osun, Jeju
09년 9월 제주
2009년 가을, 결혼을 몇 달 앞두고 아내와 함께 당일치기 제주 여행을 갔었다. 아침 8시경 김포를 출발해서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작은 차 한 대를 빌려 바다도 보고, 두모악과 비자림에도 들르고, 갈치구이와 해물짬뽕 맛집도 찾아갔다.
해안 도로를 타고 달리다 잠시 멈춰 선 표선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파도가 들고 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셔터를 눌렀다. 아는 누님한테 빌려 한동안 사용하던 미놀타 Hi-matic 7S-ii에 흑백 필름을 물려 두었었다.
끊임없이 변하는 모래의 쓸림과 하얀 파도 포말의 흔적을 담고 싶었다. 현상한 결과물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흑백의 대비로 표현되는 모래사장, 파도, 그리고 쓸림의 자취들이 인상 깊게 남았다. 내 뒤에서 비치던 햇살도 대비에 강렬함을 더해 주었다. 앞 쪽의 그림자는 해변으로 내려가는 돌계단과 돌담인데 크롭하지 않고 남겨 두는 편이 더 맘에 들었다.
무척 맘에 들었던 사진이라, 몇 년 전 문을 닫은 충무로의 단골 현상소에서 고급 인화까지 해서 남겨 두었었는데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와중에 아쉽게도 잃어버렸다.
한창 때는 일 년에 한, 두 번씩 제주도에 놀러 갔다.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머물 곳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냥도 좋아하던 곳이었다. 어렸을 때는 친구와 둘이 자전거 일주도 했었고, 도보와 히치로 다녀 보기도 했고, 아르바이트 겸 해서 여행 정보를 담은 자전거 답사기를 쓴 적도 있다. 사무실에서 항상 쓰고 있는 고양이 머그컵은 아내가 2008년 나 홀로 제주 스쿠터 여행 중에 직접 만들어 선물해 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제주도는 이래저래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조만간 거의 4-5년 만에 제주도에 놀러 갈 일이 생겼다. 이번엔 아무래도 아이들 중심의 여행이 되겠지만, 또 오래 남을 추억들을 담아올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