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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Sep 15. 2017

동물의 왕국

3살 아이의 어린이집 가기

이제 만 3살 생일을 한 달 앞둔 작은 아이 어린이집 교실의 아침은, 같은 반 친구 엄마의 표현을 빌자면, 'horrible'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제 이름 석자도 쓰지 못하는 반짐승들을 낳선 곳에 떼어 놓으려 하는 것이니, 아침마다의 그 풍경이 오죽하겠는가.


서울에서야 즐겁게 어린이집에 다녔던 둘째이지만, 말 한마디 안 통하는 이곳 미국에서의 어린이집 생활은 아직 영 어려운 것 같다. 교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빠 같이 있으라고 약조받기를 수 차례인 아이는 오늘 아침에도 열심히 울며 아빠를 붙잡는다. 어렵게 아이를 뿌리치고 나온 후에는 먼저 나와 있던 어미, 아비 무리에 섞여 들어 쫑긋 귀를 세웠다. 다행히도 어제보다는 아주 조금 더 빨리 울음이 잦는 듯하다.


매일 아침이면 둘째 아이 교실 앞 복도에는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수많은 울부짖음 중에서 자기 아이를 가려내고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부모들이 총총거리며 서 있다. (물론 나도 그 총총이들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 풍경을 보고 있자면, 바다에 다녀온 어른 펭귄들이 울음소리로 지 새끼를 찾아내는 광경이 문득 생각나 우습기도 하다.


교실 안 반짐승들의 세상과 부모들이 새끼를 찾는 복도 위의 세상, 마치 동물의 왕국의 두 가지 버전이랄까. 


큰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 같은 교실 학부형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이야 헤어질 때 저렇게 울지만, 아마 좀 있으면 집에 안 가고 더 놀겠다고 울 겁니다, 하하.' 뭐, 그렇게까지 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둘 다 어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 있는 어린이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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