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유곡절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어린이집을 나서는 둘째가 잠바를 입기 싫다고 계속 떼를 쓰며 저항이다.
“윤이야, 지금 추워서 잠바 안 입으면 감기 걸려. 얼른 입고 유모차 타자.”
계속 극렬히 저항하는 둘째에게 결국 최후통첩을 날린다.
“그럼 윤이는 여기 있어. 아빠랑 오빠만 집에 갈게!”
“좋아! 난 안 갈 거야!”
“아빠, 아빠, 안 돼, 안 돼. 잠깐만 기다려! 윤이야, 윤이야, 얼른 잠바 입고 같이 집에 가자!”
평소 같았으면 제 동생이 떼 쓰는 걸 아빠보다 더 혼냈을 큰 녀석이 극구 아빠와 딸 사이의 중재에 나서며 동생을 달랜다.
곡절 끝에 무사히 집에 와서 놀고 있던 도중, 아무리 생각해도 궁금한 마음이 든다. 도대체 큰 녀석이 왜 그렇게 동생을 데려 오고 싶어 했을까?
“주안아, 아빠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응, 뭔데?”
“아까 어린이집에서 아빠가 윤이 혼자 있으라고 했을 때 왜 그렇게 다 같이 오자고 했어?”
“응, 집에서 아빠가 부엌에 있거나 다른 일 할 때 나 혼자 있기 무서워서 윤이가 같이 있어야 하거든.”
“아… 그렇구나.”
필유곡절. 세상만사 다 까닭이 있는 법. 평소 같았으면 구박했을 제 동생을 그리도 챙겼던 이유는 다 제 자신을 위함이었다. 뭐, 여섯 살 아이의 세상살이 지혜 정도이려나. 그래도 아주 조금은 동생에 대한 사랑이 묻어 있지는 않았을까...
그나저나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부정적인 언사를 하는 것이 참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떼를 쓸 때면 자꾸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게 된다. ‘너 혼자 여기 있어’가 아니라 조금 더 부드러운 방법이 있을 텐데 그 순간에 그걸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뭐, 여전히 수양이 부족한 아빠인 모양이다. 그러지 않도록 더 신경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