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집 앞 슈퍼에 장을 보러 나갔다
한낮의 해는 쨍쨍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가을이 흠뻑
추석이 다가오는 날씨가 느껴진다
맏며느리로
명절 전에는 어머님과 재래시장에
차례 지낼 장을 보러 다녔는데
재작년부터 어머님이
몸이 안 좋아지셔서
함께 장보는 일이 없어졌다
사그라들지 않는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연로하신 어머님과 장 볼 일이
더욱이 없다
어머님과 장 보는 게 힘든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할 수 없게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장바구니를 하나 씩 옆에 끼고
재래시장 곳곳을 다니며
싱싱한 과일을 찾고
물 좋은 생선을 고르고
무슨 떡을 살까 얘기 나누던
그 순간들이
한 장의 빛바랜 사진처럼
가을바람을 타고
왔다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