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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변의별 Sep 19. 2023

50주년에는
바이크를 못 탈지도 몰라

프롤로그 

"우리 올해 결혼 25주년인데 

바이크 타고 제주도 갈까?"

결혼기념일 두어 달 전쯤 뜬금없는 남편의 제안 

 

"바, 바이크를 타고 제주도를 간다고?

......

어...

생각 좀 해볼게"

라고 말했지만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텐덤 바이크(2인용 오토바이)로 가끔 즐기는 드라이브 정도면 모를까 

제주도까지 간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다


결혼 25주년...바이크....제주도...


며칠 동안 이 세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면서 

추억도 함께 떠올랐다

.....................................................................................................

*우리 스물한 살에 만났지 

둘 다 재수를 하고 천안의 한 대학 국문학과 동기로. 

잘 돼야 본전이라는 이른바 캠퍼스 커플 C.C.

그럼 우리 본전은 한 건가 

ㅋㅋㅋ


제대로 사귀기 전에 

내가 다른 과 남학생들과 미팅이라도 하려면

당신은 천안역에 있는 미팅 장소를 다 돌아다니며 나를 찾았고 

그래도 나를 못 찾으면 우리 집이 있는 수원역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잖아 

(스토커 아님 주의^^;;)


심드렁한 미팅이 끝나고 

늦은 밤 천안에서 기차를 타고 수원역에 내려서 

개표구를 빠져나오면 

어린 당신이 (지금 생각하면 참 아기였다) 

나를 보고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면 난 또 괜히 좋아서 웃음이 나더라 

(좋으면  계속 튕기지나 말지, 그치?) 

서울 사는 당신이 

우리 집 앞 놀이터에서 나랑 밤새 얘기하다가 

막차를 놓치고 

근처 아파트 지하에서 잤던 것도 기억나지? 

그런 일 없었다고 딱 잡아떼도 소용없습니다! 


지금은 당신이 사람들한테 

내가 당신을 따라다녔다고 이야기해도 나는 그냥 웃잖아 

30년 전에 누가 누구를 따라다닌 게 뭐가 중요해 

지금 여전히 당신의 사랑이 충만한데


*스물일곱 살 

나는 사회인이었고 

당신은 대학교 3학년 학부 복학생으로 

중간고사 기간에 우리 결혼했잖아 

담당 교수님께 청첩장을 드리며 

결혼식 때문에 중간고사를 못 보게 되었다고 

선처?를 바랬지 

우리 워낙 유명한 커플이라 교수님께서도 크게 놀라지 않으셨고 

감사하게 주례까지 서주셨어 


중간고사 기간이었는데도 선배, 후배, 동기 

수십 명의 대학생들이 결혼식에 와주어서 

진풍경을 이룬 재미있는 결혼식. 

아직도 기억나네


*연애 7년 만에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되고 

올봄 결혼 25주년 

외국에서는 은혼식이라고 25주년을 꽤 기념하는 모양이야 

50주년은 금혼식 


부부로 50년을 함께 산다는 건 어려운 일 같아 

가깝게는 나의 엄마랑 아빠도 50년을 같이 못 사셨지 

평균 수명이 늘어나서 함께 한다고 해도 

50주년이면 우리 77세야 


그래, 결혼 50주년에는 

바이크를 못 탈지도 모르니까 

지금 가자! 배에 바이크를 싣고 제주도로! 

우리 결혼 25주년 기념 제주 바이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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