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최근 넷플릭스에 업로드된 반가운 작품,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몇몇 생각들을 3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전부터 여성 주인공의 작품은 적지 않았다. <멜로가 체질>, <로맨스가 필요해>, <청춘시대> 등의 작품에서는 여자들의 우정과 로맨스를 다루었다. 여자 주인공 각각의 서사에는 남자가 등장했고, 해피엔딩이 되기 위해서는 '성공하는' 사랑이 등장했다. 즉, 여성만의 이야기가 다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걸캅스>나 <삼진그룹 토익반>과 같은 작품은 새로운 장르에서 여성 히어로물을 만들어냈다는 의의가 있다. 개봉을 하는 순간에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특히 <삼진그룹 토익반>은 밀레니얼 세대 여성 배우 3인방이 뭉쳤다는 점에서 동시대 여성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그리고 이들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진실 규명'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재적소에서 꼭 필요한 힘을 발휘했다. 자영은 행동 전반을 이끌며 열정을 보여주었고 유나는 스마트함, 똑부러짐을 담당했다. 그리고 보람은 뛰어난 수리, 논리력으로 중간중간 꽉 막힌 문제를 시원하게 풀어냈다.
마지막에 해피 엔딩을 이끈 많은 조력자 중에서도 당연 같은 처지의 여성 사원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남성 등장인물의 도움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로맨스 장르처럼 '꼭' 등장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삼진그룹 토익반>은 인기 여배우가 연기하는 인물들이 뭉쳐서 문제를 해결하는, 전에 없던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영화가 초반에 그린 현실에 비해 결말이 너무 긍정적으로 맺어진 감은 없지 않아 있다. 실제로 그런 페놀 유출 사건은 쉽게 끝난 적이 없으며 여성의 처우는 여전히 조금씩 조금씩 개선이 되고 있을 뿐이다. 그에 반해 영화의 결론은 너무 천진난만하게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감독이 긍정적인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2가지로 예측해 보았다. '전하고 싶었던 스토리'와 '관객에 대한 고려'.
스토리는 원래 허구를 기반으로 한다. 감독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인 메시지를 기반으로 허구의 살이 붙는 식이다.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힘 빠지게 하는 현실도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두드리다 보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중간중간 토익반 수업에서 강사가 가르치는 영어 문장들은 마치 감독이 주인공들의 힘을 북돋는 것처럼 보였다.
더불어, 영화는 상업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관객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스토리를 구성하고 배우를 캐스팅하면서 관객의 상당수가 여성임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답답한 현실을 한 번쯤은 느껴봤을 이들에게 차마 힘 빠지는 결론을 보여줄 수 없었을 테고, 시원한 성취와 앞날이 훤한 결말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페놀 유출 사건을 파헤치는 노력이 자꾸만 좌절되자, 한 동료는 자영에게 묻는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자꾸만 좌절되는 일을 왜 계속 해결하려고 하냐고. 질문에 대한 자영의 답은 아래의 메시지를 준다.
"이왕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일하는 거,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의미가 있는 일을 하자.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게."
즉,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은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게 일하기 위해 뭉친 여성 3인방이 거대한 현실에 맞서 성공을 이루어낸 영화이다. 엄청나게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결국에는 속 시원한 해결을 이루어내는 영화라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정리하면서 떠오른 여성 예능에 대한 생각
<달리는 사이>, <식스센스>, <노는 언니>, <퀸덤> 등 예능에서도 여성들의 자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예능이 좋은 이유는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위로, 배려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영감을 얻거나 태도를 배우고 싶을 때 여성 위주의 예능을 찾게 된다. 전보다 다양한 주제에서 여성 예능이 시도되고 있음이 한 명의 시청자로서 왠지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