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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ky Oct 18. 2022

다정함이 세상을 구하는 상상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친구가 보고 추천했던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띵작이라길래 호기심에 개봉하자마자 보고 왔다. 과연 새로운 충격과 감동을 주는, 글을 쓰게 만드는 영화였다. 2시간을 웃고 울면서 들었던 생각을 3부로 나누어 적어보았다.



1부. 특징 - 삶의 진리로 ‘공감’을, 상상력으로 ‘신선함’을 주는 영화

누구나 느껴봤을 어쩌면 뻔한 인생의 진리를 절대 뻔하지 않은 상상력으로 풀어낸 영화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모든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딸 ‘조이’를 위해 다정함으로 세상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모 '에블린'과 ‘웨이먼드’의 이야기다. 이렇게만 보면 뻔한 영화일 것 같지만, 멀티버스 개념에 작가와 감독의 온갖 상상력이 붙어 (감히 봤던 영화 중 가장) 신선하게 느껴졌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멀티버스 연출을 보다 보니 <닥터 스트레인지> 세계관이 떠오르기도 했고, ‘모성애’가 메인 감정이다 보니 ‘부성애’를 다룬 <토르: 러브 앤 썬더>가 떠오르기도 했다. 마블 영화의 일반인 버전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진부함(클리셰)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작가/연출 만의 신선한 ‘쪼’가 더해진 콘텐츠가 성공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 영화를 띵작!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2부. 메시지 - Be Kind. 다정함이 세상을 구하리!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작고 순간적인 것들인데, 그걸 스스로 깨닫기 어려울 때 우리는 쉽게 좌절하곤 한다. 영화에는 조이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며 감정을 느낄 가치를 잃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목표는 세상 모든 것들을 ‘블랙 베이글’로 빨아들이는 것인데, 에블린이 그걸 방해하자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서로를 상처 내고 죽이며 맞서 싸우는 일련의 과정 끝에 에블린은 자신이 얻게 된 능력을 활용하여 그들을 다정함으로 상대하고자 마음먹는다. 여러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능력으로 한 명씩 행복했던 기억을 찾아주기 시작한 것이다. 에블린이 싸움 대신 다정함을 택한 덕분에 그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소소한 삶의 이유를 느끼게 된다.

에블린의 마지막 상대는 '블랙 베이글'을 만들어낸 딸 조이. 아무리 다정하게 다가가도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조이에게 에블린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건넨 마지막 말은 너무나 일상적이라, 오히려 그 절절한 감정이 배가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던 조이는 에블린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떤 것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데, 대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그 질문에 에블린은 힘주어 대답한다.

“네가 여기 있으니까.”

내 삶의 이유 자체가 너라는 진심이 전해진 순간이었다.


Be Kind. 정말로 다정함이 세상을 구해버렸다. ‘블랙 베이글’을 싸움으로 막고자 할 때는 어려웠지만, 다정함으로 사람들을 무력화시키는 건 오히려 쉬웠다.

영화에 이런 말이 나온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각자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은 정말 한 줌의 시간일 뿐’이라고. 수많은 스트레스와 싸움은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 참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게 다정하게 다가가자는 것이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다. 그래야 ‘한 줌의 시간’ 밖에 없을지라도 서로에게 삶의 이유를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테니까.



3부. 관람 꿀팁 - 같이 보세요.

친구 2명과 함께 영화를 봤는데, 웃음 포인트가 같아서 동시에 웃다가도 눈물 포인트는 달라서 서로 다른 타이밍에 훌쩍였다. 영화가 끝나고 찾은 와인바에서 우리는 그 포인트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같은 부분을 이야기하며 왁자지껄 웃자니 우리가 이렇게 비슷해서 친구하나 보다 싶었다. 그리고 각자 눈물을 흘린 부분을 나누면서는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왜 눈물이 났는지 요즘의 생각과 살아온 배경을 근거 삼으며 속 깊은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웃긴 건 그냥 웃길 수 있지만 감동 포인트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으니까.

혼자 봐도 물론 좋을 영화지만 친구랑 보면 든든하게 서로 다정할 수 있는 영화다. 관람이 끝난 후에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를 꼭 한 번 안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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