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생 아내에게 들려주는 미술사 이야기> 출간 소식
안녕하세요.
브런치북 <이과생 아내에게 들려주는 미술사>의 작가 김대능입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일단 브런치에 글을 써보자고 다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난생처음 출판 계약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올해도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네요...! 이제 저에게도 여유가 어느 정도 생겼습니다 :)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한 시간가량 자전거를 타고 숨을 헐떡거리며 집에 들어오는 데 반가운 택배가 하나 와있습니다. 9개월간 고생했던 결과물. 저의 첫 책입니다.
확인해 보니 책이 총 430페이지이고, 브런치북에 담긴 부분은 328페이지까지입니다. 대략 3/4 정도의 분량인 것 같은데요. 물론 브런치북에 썼던 내용도 수정되었지만 대략 1/4 분량의 더욱 흥미로운(?) 내용들이 책을 통해 확인가능하시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 저의 브런치북에 관심 가져주셨던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리며 연재를 마칩니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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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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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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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생 아내에게 들려주는 미술사 이야기> 에필로그
눈치를 채신 독자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저는 미술과는 다소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책에서는 이과생 아내에게 미술사를 들려주는 사람으로 등장하지만, 저 또한 아내와 같은 이과생입니다. 저는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별다른 뜻이나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아무것도 몰랐던 고등학교 시절 그저 유망할 것 같아 보이는 분야를 택했을 뿐이었죠. 대학시절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습니다. 어느새 전 전공을 살려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사회인 중 한 명이 되어있었죠.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의 글을 보았다고 실망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예술은 우리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것이죠.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미술(美術)’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부정하는 것부터 미술사를 시작해 보자는 거였죠. 제가 보는 미술은 그렇습니다. 미술 작품에서 꼭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롱전 심사위원, 중세시대 성직자, 미술 평론가가 아니라면 말이죠. 퇴근 후 반쯤 감긴 눈을 하고 거장들의 작품에 빠져들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예술에 정답은 없습니다. 아무리 흥에 겨운 노래일지라도 그것이 이미 떠나간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 남아있던 이에게는 그 노래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가 됩니다. 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행복을 지닌 르누아르의 아름다운 작품을 보다 문득 슬픈 감정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혹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실제로는 되게 산만했다는 사실이 실망감을 줄 수도 있고 파블로 피카소가 어린 시절 그린 그림을 보고는 “이 사람이 이렇게 정교하고 사실적인 그림도 잘 그렸었구나.”하고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저 편안히
오래도록 작품을 감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에필로그를 쓰다 보니 본문을 집필하던 날들이 스쳐갑니다. 아내와 같이 대가들의 작품을 바라보고 그림에 대한 느낌이나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느닷없이 생겨난 질문에 답을 찾아보기도 했던 기억들이죠. 덕분에 많은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남게 되었지만, 사실 독자분들께서 그 모든 이야기를 기억해 주시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만약 이 책을 통해 단 하나의 문장만을 전달할 수 있다면, 저는 아래와 같은 문장을 쓰고 싶습니다.
“잘못된 감상이란 없다.”
저는 진정으로 읽는 이의 마음속에 위와 같은 메시지가 자리 잡기 바랍니다. 낯선 분야라고 작품 감상을 두려워하실 필요도 없고 다른 이가 설명하는 작품 해석이나 작품 속 감성을 그대로 받아들이시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이 그림을 그렸던 사람에 대해서, 그 사람이 살았던 시절에 대해서 그리고 작품에 스며든 여러 이야기에 대해서 자유로이 생각하고 상상해 보는 거죠. 이과생 아내 같이 그저 보기 편안하고 예쁜 인상주의 작품을 찾아 마음속에 간직하셔도 좋습니다. 아무리 폴 세잔의 사과가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한들, 아내의 눈에 화사하고 다채로운 모네의 사과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감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은 카라바조의 작품을 보며 데카르트를 떠올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니면 “그림 같다.”는 말을 가장 처음 썼던 사람은 누구일지 고민해 보는 것과 같이 아무리 터무니없는 것일지라도 상관없습니다. 이 책은 그런 엉뚱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낭만적으로 들리시나요? 물론, 단순히 이러한 방식으로만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을 살아갔던 천재들은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것을 남겨놓았습니다. 그들의 붓질 하나하나에는 분명한 의도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의 작품을 연구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유연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거장들과 대화하기에 앞서 말이죠. 이 책이 독자분들의 그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정말 알 수 없는 우연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미술사를 접하게 된 일. 우연히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미술’ 하면 떠오르는 파리로 떠났던 신혼여행. 이과생 아내와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한 번 써볼까?” 생각하게 된 것. 이런 얘기를 듣던 직장 동료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려준 것과 제 글이 어느 한 출판사 편집자님 눈에 들어온 것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미술사와 엮인 제 우연의 끝은 결국 책이라는 결말로 남게 되었습니다. 제가 우연히 미술사를 마주쳤듯, 제 글이 독자
분께도 또 하나의 소중한 우연이 되기를 희망하며 에필로그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