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간 날

[일기시대] 읽고 나도 일기 써야지

by 오땡땡님


추운 겨울이 되고 나서 우리 가족의 동선이 조금 바뀌었는데, 바로 도서관 방문이 늘었다는 점이다. 보통은 산책이나 어디 돌아다닐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추운 날에는 도서관이 제일이지.

아-, 이번 겨울은 왜 이렇게 추운 걸까? 2월 중순이 다 되었는데도 한겨울 같은 추위가 몸속 깊이 파고든다. 추워 죽을 것 같지만 나는 롱패딩에 몸을 파묻고 도서관으로 씩씩하게 걸어갔다. 롱패딩에, 두툼한 기모 바지에, 캡모자를 쓰고 후드 모자를 쓰고 롱패딩 모자까지 머리에 쓴 채 말이다.

아니 이렇게 겹겹이 몸을 쌌는데도 춥다니, 어디에서 방심한 걸까? 바로 지퍼였다. 지퍼를 목 아래까지만 올린 탓이었다. 턱 끝에 살짝 열린 부분으로 한겨울 찬바람이 파고 들어와 내 몸의 빈 틈을 구석구석 몰래 훑고 간 것이다. 살짝 열린 틈새가 나를 이렇게 춥게 할 줄은 몰랐다. 나는 지퍼를 턱끝까지 올린다. 사실 지퍼를 살짝 내린 건 패딩 지퍼를 올리면 얼굴에 있던 선크림 같은 것들이 묻어서 옷이 허옇게 반질거리는 게 싫어서 그랬다. 그렇지만 추위에 굴복하고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그제야 몸에 한기가 차지 않고 열심히 걷는 탓에 점점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제 추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추위가 사라지자 이제 나는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아주 가끔씩 나는 이렇게 도서관에 걸어가곤 한다. 가족들은 먼저 차를 태워 보내고, 언덕배기에 있는 시립 도서관으로 나 혼자 성큼성큼 여느 때보다도 더 씩씩하게 걸어간다. 그럴 때면 항상 하늘이 새파랬다. 우리 집에서 도서관 가는 길은 단층 건물들만 듬성듬성 있지 높은 건물은 하나도 없어서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다. 오늘따라 하늘은 유난히 새파랗고, 그만큼 햇볕도 참 따사로웠다. 나도 모르게 하늘이 새파란 날이면 도서관에 걸어가고 싶었던 걸까?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걷는 건 언제나 좋다.

점점 도서관에 가까워져 간다. 이제 시골길은 끝나고 아파트가 있는 도시의 길로 들어간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 건너편에 새하얗고 커다란 진돗개가 보인다. 어차피 나는 그쪽으로 건너가야 하니까 지나갈 때만이라도 진돗개를 보고 싶어서 일부러라도 길을 건너간다. 그랬더니 그 진돗개도 일부러 나를 피해서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주인은 물론 나를 배려한 것이겠지만 아, 그때는 정말이지 아쉬웠다. 좁은 길을 함께 스쳐 지나가며 얼굴이라도 자세히 봤으면, 나에게 다가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커다랗고 듬직한 개는 언제 봐도 사랑스럽고 예쁘다. 더욱 가까이에서 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마력이 있다.

그렇게 나는 드디어 도서관에 도착했다. 몸에서는 살짝 땀이 났다. 얼마 만에 흘리는 땀일까. 돌아갈 때도 걸어가야지 다짐한다.(당연히 그러지 못했지만)


그렇게 도서관에 들어가니 와, 오늘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다들 추워서 도서관에 온 걸까. 그냥 왔다고 하기에는 무언가 다들 심각해 보였다. 거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만약 30명이었다면, 진짜 나처럼 책을 읽으려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아마 절반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곳은 뭔가 시험 준비나 공시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인터넷 강의를 본다던지, 아주 두꺼운 문제집을 풀고 있다던지, 정갈한 글씨로 노트 필기를 한다던지, 그런 곳이었다. 여유 있게 앉아서 책을 보는 게 조금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 그 장소의 목적과는 다른 쓰임으로 가고 있었지만 그들이 얼마나 애를 쓰고 있을지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잠시 생각해 본다. 그때는 그게 최악인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다. 다른 모든 것에는 신경을 끄고 오로지 한 가지만 보고 달려가는 그 순간을.


앉을자리도 없어서 서서 책을 읽다가 너무 더워지기 시작했다. 잠바라도 어디 둘 곳이 없나 둘러보다가 어떤 사람의 맞은편 의자에 가방과 패딩을 살포시 올려둔다. 그 테이블은 딱 한 사람만 쓸 수 있어서, 이 의자에 짐을 올려둬도 될까, 빈 의자이지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공공의 의자였다. 그래도 한껏 가볍고 상쾌한 몸으로 책들을 둘러본다. 그렇게 나는 세 권의 책을 빌려왔는데 [교사가 되려 합니다,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그리고 일기 시대] 이렇게 세 권을 빌렸다. 교사라는 직업에 맞게 늘 교육 관련 서적을 빌리긴 하지만, 빌리고 나서 제대로 읽는 일은 손에 꼽힌다. 이것도 빌려 놓고 읽을지는 모르겠네. 그리고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이라는 책을 가장 먼저 빌렸는데, 요즘 "쓰기"라는 것에 다시 새롭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새해 목표에도 "쓰기"가 들어갔는데, 역시 흐지부지되고 쓰지 않고 있었다. 책 제목에 열심히 그리고 대충이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대충! 대충 쓰는 것,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책을 뽑아서 표지를 보니, 내가 한때는 참 즐겨 들었던 브로콜리 너마저 가수가 쓴 책이었다. 그래 이 책이다 싶어서 뽑아 들고 앉아서 읽어 보았다. 첫 부분부터 [일기 시대]라는 책을 추천해 줘서, 나는 그 두 책들은 모두 그대로 두고 일기 시대를 찾아서 앉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일기 시대만 열심히 읽었다 ㅎㅎ

그래 세 권 빌려서 한 권 읽으면 엄청난 수확이야! 아무튼 일기 시대를 읽고 나도 이제 열심히 일기를 써 보려고 한다. 또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나를 응원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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