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라는 이름으로

by 해돋이 풍경

단풍이 하나 둘 물들기 시작하는

10월의 어느 날

우리는 빛나는 젊음 하나로 부부가 되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그때 그냥 흘려버렸던 결혼서약의 이 말들이

남편이 떠난 지금

내 귓가에 윙윙 거린다.


나의 사랑하는 남편,

그는 내게 있어 곰인형(Teddy bear) 같은 사람이었다.

푸근하고 튼실한 울타리 같은….

아이들에겐 한없이 사랑을 베푸는 헌신적인 아빠였으며

가장으로서의 책임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그였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기타와 노래를 사랑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누군가는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내게는 그런 아픔이, 그런 죽음이 다가오지 않을 것처럼

외면하며 살고 싶어 한다

남편과 내가 그런 것처럼.


듬직하고 씩씩해 보였던 그가

어느 날 소리 없이 암이 들이닥쳤고 심장수술도 했다.

아~~~

그때 남편의 고통 어린 신음 소리…..


하지만 뼈를 가르는 그의 고통도

우리가 넘어야만 할 그 어떤 장벽들도

젊은 날 우리가 인생의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곤 하였다면

그땐 미처 몰랐던, 미처 보이지 않던

우리들의 일상에 기뻐하고 감사하며

즐거운 인생을 함께하기 위해

희망이란 이름으로.

이것쯤은 얼마든지 이겨 낼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우린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며 두 손을 굳게 잡고

한없이 걷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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