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그가 떠난 이 자리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보낸다.
무심한 듯 평소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과 소리 내어 웃기도 한다.
나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그를 찾아 헤맨다.
소리 내어 불러도 본다.
지금이라도. 나 이제 일 끝나고 집으로 오고 있다고
그가 타던 차를 몰고 올 것만 같은데,
불러봐도 찾아봐도 그는 없다.
남편과 함께 했던 따뜻한 그 집이, 그 거리가,그 음식들이, 그의 목소리가
선명한 자국으로 나의 마음에 남아 있는데
이젠 그 어디에서도 그를 찾을 수 없다. 들을 수 없다.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우리의 날들을,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할 줄 알았는데…..
남편이 없는 텅 빈 공간이, 길게 늘어져 버린 시간이, 나 홀로 가야 하는 망망대해 같은 날들이,
나는 그저 멍한 내가 되어
무서웠다. 두려웠다.
이 공간을, 이 시간을 뛰어넘고 싶었다.
남편과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그가 떠남을 애도하고 싶었다.
그가 간 그 길이 누구나 한 번은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조금 더 이른 이별일 뿐이라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을
고통으로 헉헉 거리면서도 적어 내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혼란스럽고 부족한 내 안의 나를 드러내는 일이 부끄러워
멈추어 버리고 싶은 순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멈추면 나의 날들이 짙은 안갯속에서 길을 잃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까 봐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