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엄마들과 친해지기
워킹맘인 것을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어린이집 같은 반 엄마들이 서로 친해진 모습을 볼 때이다.
근무를 하다 보니 주 1-2회 정도 내가 직접 등•하원을 시킨다.
어린이집 하원을 하고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1-2시간 정도 놀게 되는데....
이때 같은 반 엄마들을 만나 어색한 인사를 나누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엄마들이 점점 가까워진 모습이 보였다.
서로 “언니, 동생”하면서 반말을 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내용으로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에 날씨가 추웠던 날엔 한 여자 아이의 집에 다 모여 놀기로 했다며 같이 하원하는 모습을 봤다.
반에서 혼자 남자아이인 우리 아들... 그곳에 함께 가지 못 했다.
놀이터에서 같이 놀던 같은 반 친구들은 함께 가는데 자기만 같이 못 가자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내가 괜히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엄마들이랑 친했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아이와 집으로 왔다.
괜히 미안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더 챙겨주었다.
금방 기분이 좋아진 우리 아들... 다행이다.
엄마들과 친해져야겠다 다짐을 했다.
그리고 등원 때 만난 한 아이의 엄마에게 같이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했다.
마침 오늘 한 아이의 집에서 엄마들끼리 모이기로 했다며 함께 가자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엄마들과 함께 마실 커피를 직접 사서 모임 장소로 갔다.
대화내용은 평범했다. 자신의 집은 몇 평이고 아이의 옷은 어디 브랜드 옷을 입히고... 현재 아이가 이런 말까지 한다는 등... 예상했던 대화 내용이었다.
그러다가 둘째를 가진 어떤 엄마가 자신의 둘째가 아들이더라며 말을 시작했다.
“나도 둘째가 아들이에요”라며 맞장구치려는 순간 입을 닫아야 했다.
“아들 세상 쓸데없어! 특히 둘째가 아들이면 정말 세상 쓸데없어! 난 둘째까지 딸이면 셋째 생각하려고 했는데 둘째 아들이라길래 셋째 안 낳을 거야!”
현재 첫째로 아들을 키우고 뱃속에 있는 둘째도 아들인 날 보며 이런 말을 하니 나에게 하는 말인가 싶었다.
난 대화를 대충 하다가 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혼자 걸으며 생각했다.
‘나에게 하는 말인 걸까? 그곳에 있는 엄마들은 모두 딸맘인데 나만 아들맘인데... 왜 날 보며 그런 말 하지? ‘
그날 밤까지 그 엄마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속상해서 잠이 오질 않았다.
난 사람을 다루는 직업을 가졌다. 사실 그 엄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거나 풀메이크업을 하고 명품 보석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그럴만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아들은 세상 쓸데없다”는 그녀의 말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난 아무래도 어린이집 엄마들과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다... 아들아 엄마가 사교성이 좋지 못해 미안해
엄마들을 만나고 돌아온 그 날.. 거실 가구 배치를 바꾸고 장난감도 왕창 꺼내어 아이가 집에서 더 재밌게 놀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어 주었다.
엄마랑 재밌게 놀자 아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