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계곡 파르쿠르(parkour)
겨울의 끝을 잡고 봄이 모퉁이를 막 돌아나올 쯤이다.
오랜 가뭄으로 촉각이 곤두설 만큼 건조한 날이 계속 되더니 마침내 가뭄을 뚫고 봄비가 촉촉히 내렸다.
이번 주만도 벌써 두번째 비다. 아침, 저녁으로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아 여전히 겨울에 입었던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 달라진 건 해가 떠있는 낮시간엔 두꺼운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마당과 텃밭에 "봄아 오기만해, 바로 피어날테니!"하며 기다리던 봄까치, 꽃다지, 유채나물과 뽀리뱅이, 지칭개, 광대나물, 쇠별꽃 등 갖가지 풀들이 초록색으로 뽐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루 볕이 무섭게 봄을 반기듯 피어나는 풀꽃과 나무의 새순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감탄하듯 바라본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의 근육도, 마음도 봄꽃같이 피어나겠지. 봄을 반기며 피는 꽃과 새순을 보다가 잠시 지난 겨울을 돌아보았다.
겨울동안 계곡 물은 얼어 있었다. 언 계곡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썰매를 타거나 얼음을 깨거나 하며 실컷 뛰어놀았다. 봄이 오면 땅도 녹고, 계곡 얼음도 녹는다.
이제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얼음놀이와는 안녕!! 이별해야한다.
계절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아이들 놀이가 달라진다.
일학년 두 녀석이 일찍 학교를 마치고 왔다.
요즘 어디서, 뭘하며 노나 궁금해서 물었더니
“계곡에서 노는 게 재밌어요.”
“계곡에서 파쿠르하는게 재밌어요”
“다칠까봐 조금 무섭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기도 한데 재밌어서 계속 해요” 라 대답했다.
아이들은 계곡에 놓인 커다란 돌, 바위를 딛고 뛰어넘고 다닌다. 소리를 막 지르면서 바위가 나오면 뛰어넘고 방향을 바꿔가며 각자의 몸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논다.
아이들은 이 놀이를 ‘계곡 파르쿠르’ 라 부른다. 하루 놀이 시간을 여기에 쏟아붓는다. 아침에 멀쩡했던 신발, 옷, 양말을 거의 매일 적셔서 온다.
일학년 부터 고학년 형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일학년 동생 둘은 계곡에 내려가 같이 파르쿠르를 하려고형이 오기만 기다린다.
소호 아이들에게 작든 크든 자연물은 놀잇감이다. 자연물은 아이들의 여러가지 놀이 소재가 되고 다양한 놀이를 떠올리게 한다. 그 중 하나가 이 계곡 파르쿠르다.
계곡에서 하는 파르쿠르는 우리가 알고 있는 파르쿠르처럼 커다란 장애물을 손으로 짚고 유연하게 뛰어 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자신들만의 파르쿠르로 다른 어떤 놀이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흥분되고 즐거운 놀이이다.
계곡을 뛸 때마다 울퉁불퉁하고 작지않은 돌을 밟고 넘거나 뛰어 넘는다. 평평한 지형이 아니라 계속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넘어질 때도 있고 계곡 물에 빠져 적셔 오기도 한다.
파르쿠르 하는 내내 놀이에 빠져 소리를 지르고, 같이 뛰어 다니는 친구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방향, 위험을 알리며 끝없이 서로 말을 주고받는다.
스스로 놀이의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집중하고 친구들까지 살피며 집중력이 높아진다. 자연히 소통의 기회가 늘고 신체 균형감각, 조절능력 또한 성장한다. 모든 놀이가 그렇듯 정서적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데 도움이 되면서 자신의 동작을 알아차리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여럿이 노는 놀이 속에서 갖가지 배움, 성장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한바탕 놀고 난 뒤 아이들은 지칠만도 한데 더 생생한 얼굴로 간식을 먹으러 하나 둘 들어온다. 아이들을 바라보며’저들의 에너지가 통에 담겨있다면 밑바닥은 뚫려있을거야’하며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