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마을길을 걷는다
매일 아침 일곱시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같은 시각에 아침을 맞는다.
한겨울 일곱시는 다른 계절의 일곱시와는 몸서리치게 다르다. 어슴프레 해가 뜨려고 준비 중인 때라 햇빛이 눈꼽만큼도 없다. 자고 일어나 무방비로 나갔다간 갑작스런 찬물부음 당하는 것 같은 냉기에 온 몸이 깜짝 놀란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더더 집밖으로 나가기 싫다. 유학온지 얼만 안된 아이는 정말 추워서 몸을 반쯤 접고 산책을 한다. 누구나 추운 겨울 따뜻한 이불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뒹굴거리고 싶다.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속과 이별하는 건 정말 슬픈 일이지만 겨울에도 우리는 매일 산책을 간다.
덮고 자던 이불을 잘 개어 포개고 베게를 올린다.
산책을 위해 옷을 갈아 입고 하나,둘 밖으로 나간다.
별일없으면 산책길은 집에서 나가 소호분교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찜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산책은 함께해서 정답고 좋다. 또 혼자해서 차분하게 주변을 살필 수 있어서 좋다.
금방까지 덜 깬 잠에 조용하던 아침이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 노래소리, 발걸음 소리, 고양이에게 인사하는 소리 등 갖가지 소리로 채워진다.
산책은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이다.
각자 자신의 몸과 마음에게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야. 준비됐어!!" 라고 신호를 보낸다.
밤새 쉬었던 세포가 깨어나고 기지개를 켜며 마음에 활기를 되찾는다.
밖으로 나가면 맑고 상쾌한 공기가 코를 자극하며 들어온다. 코가 시원해진다.
눈이 커지고 맑아진다. 온 몸이 상쾌한 공기로 가득해지면 기분이 따라 상쾌해진다.
옷을 통과한 바깥의 기운은 피부가 날씨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겨울날 아침은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추위가 느껴져서 잠이 달아나고 몸을 더욱 자극된다.
이렇게 제철에 맞는 몸과 마음이 만들어진다.
밤새 닫힌 집안 공기보다 높은 산소비율을 가진 바깥 공기는 많은 산소를 내 몸에 공급하고 몸을 활성화시킨다. 또 걷기는 잠자던 몸의 근육을 천천히,조금씩 움직이게 하면서 내장인 위와 장도 자극한다.
같은 시각의 아침은 계절마다 다르고, 달마다 다르고, 매일 다르다.
아이들은 매일 산책길에서 달라진 무언가를 발견한다.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자연의 변화는 눈에 띄게 보인다.
어제까지 입을 앙 다물고 있던 꽃봉오리가 오늘 아침 활짝 펴서 아이들을 맞이한다.
밤새 거미가 긴 시간 노동한 결과물인 거미줄이 짠 하고 생겨나 있을 때도 있고, 어느날은 그 거미줄이 물방울을 매달고 그림책 속 귀부인이 목에 건 진주목걸이처럼 반짝일 때도 있다.
늦가을 하얗게 내린 서리를 발견하고 육각형의 화려한 결정 모양을 멈춰서서 한참을 보기도 한다.
꽃샘추위가 드는 초봄, 텃밭의 수레에 담긴 물이 얼음결정을 하고 얇게 얼어있는 것도 본다.
한여름 매미는 느티나무에 붙어서 허물에서 막 빠져 나오고, 비오는 날이면 로드킬 당한 개구리 시체가 풍기는 비린내가 끔찍하게도 다가 올때가 있다.
집나간 고양이를 엉뚱한 곳에서 만났는데 모른 척 하고 가버려 속상할 때도 있다.
하루도 같지 않은 오늘을 산책에서부터 경험하게 된다. 그건 자연의 조화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이다. 우리를 포함한 자연은 한 순간도 같지 않고 항상 변하고 생겼다 사라짐을 말해준다.
이렇게 아침 산책을 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의 흐름에 올라탄다. 산골 아이가 되는 아이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이가 되고, 자연의 아이가 된다.
“교육은 공동체와 그 환경과의 긴밀한 관계의 산물이었다. 아이들은 조부모, 가족,친구들로부터 배웠다…. 그들은 관계,과정, 변화에 대해서 배우고, 그들 주위에 있는 자연세계의 관계가 변화하는 복잡한 그물에 대해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