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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수집가 Mar 26. 2022

산골아이가 되다.

 슬기로운 산촌생활 in 오래된 미래

산골 마을에 살고 작은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산골스럽게 살기 어렵다. 도시와 완전히 단절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는 곳과 주변 자연환경이 달라지긴 했지만 산골스럽게 놀고, 먹고, 살려고 공을 들이고, 매 순간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금방 산골스러운 삶이 위협받는다.

여전히 더 산골스럽게 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매일 산다.

산골스러운 교육은 삶을 위한 교육으로 향해 있다. 삶과 배움이 일치하는,  삶에 뿌리를 둔 배움을 지향한다.

일상의 삶은  태양이 비추는 시간과 관계를 일 년 사계절, 태양이 우리를 얼마나 비추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흐름 속에서 세상의 만물이 순환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여물어지기도 하고, 성숙해지기도 한다.


집 앞다리를 건너면 가지런히 앉은 장독 안에서 집장과 된장도 자연의 흐름에 맞춰 익어가고 있다.

부엌에서 구간을 맞추거나 조림을 할 때 된장국을 끓이거나 쌈장을 만들 때 필요한 집장과 된장은  한 해 보다 더 여러해 거치면서 익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익어갈 수록 장 은 빛깔과 맛을 더하며 숙성된다.


해마다 입동이 지나고 김장을 하고 나서 두 주 쯤 뒤 메주를 쑨다. 작년에는  12월 4일경  메주를 쒀서 겨울 내내 말리고 구들방에 띄웠다.

정월이 되어 겨울 내내 색색의 곰팡이가 핀 메주로 아이들과 함께 장을 담궜다. 다양한 곰팡이가 몽글몽글 핀 메주는 콤콤한 냄새를 풍기며 간장과 된장이 될 준비를 마치고 아이들 손을 기다리고 있다.


장 담그기 전날, '메주 목욕시키기'

맨 먼저 아이들과 메주를 맑은 물에 넣어 깨끗한 칫솔로 씻는다.

커다란 스텐 대야에 쪼그려 앉아  손엔 메주, 한 손에 칫솔을 들고 싹싹 씻어준다. 메주 밖에 붙은 먼지와 여러 가지 곰팡이가 씻겨 나간다. 그리고 나면 채반에 넣고 물기를 빼고 말린다.


다음은 '소금물 장만하기' 다.

소금물은 18 브릭스로 농도를 맞춘다. 농도는 날달걀을 띄워 달걀이 500원 동전 크기만큼 수면에 떠오르면 된다. 당도계를 쓰기도 한다. 우리는 준비한 메주는 양이 많다 보니 모든 도구가 크다. 물 60리터와 18 브릭스 농도의 소금물을 만들 만큼의 소금 양을 잰다.

한 사람씩 삼베천을 깐 채반을 돌아가면서 잡고 또 다른 사람이 소금을 담은 뒤 분량의 물 중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으면서 소금을 녹인다. 이 과정을 여러 번 해야 하고 오래 걸린다. 소금 담고 물 붓고를 여러 번 하다보면  소금이 물에 녹아들어 짭잘한 소금물이 된다.

소금물을 하룻밤 재운다. 하룻밤을 잔 소금물은 바닥에 불순물이 가라앉아 있고 윗물은 말갛다. 장을 담글 때 바닥에 불순물이 일어나지 않게 조심해서 떠내야 한다.


미리 장독은 짚에 불을 붙여 소독을 해 두었다. 또 숯, 마른고추, 대추, 새끼, 대나무를  손질해서 장만해두었다.


장독에 메주를 넣고 소금물을 항아리 입구까지 다시 삼베걸친 채반에 걸러가며 부어주었다.  메주가 둥 둥 떠오른다. 대나무 밭에서 쪄서 쪼갠 뒤 삶아서 장만해둔 대나무로 메주가 떠오르지 않고 소금물에 잠겨있도록 눌러준다.

대추와 숯, 마른고추를 홀수개로 띄운다.

옆에 선 아이들은 두 손을 모으고 장이 아무탈 없이 맛있데 있길 빌면서 스스로 깨끗한 마음으로 정화된다.

“메주 목욕시키기”


“소금물장만하기” “장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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