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그루 산촌유학 시작
12번 해 산촌유학생의 봄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작년까지만해도 또는 몇해 전 까지만해도 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엄마, 아빠와 살고 집근처 학교를 다니며 사는 생활이 당연한 삶의 방식이라고 여겨왔을 것이다.
어느날, 아이들은 소호마을에 산골살이 맛보기를 하러왔다가 산골의 놀이와 생활을 맛보고 나서 그 즐거움에 푹 빠졌다. 여름엔 대바우 계곡에서 다이빙하고 물고기 잡고, 숲에서 아지트를 짓고 밧줄을 타고, 밤에는 숲산책과 별을 보았다. 겨울엔 모닥불 가에서 노래부르고 고구마 굽고 꽁꽁 언 계곡에서 썰매타고 얼음깨고...장난감 놀이는 시시해 던져버리고 자연에서 놀고 친구들과 식구가 되어 함께 사는 것이 좋아 , 엄마, 아빠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산촌유학을 왔다. 아이들이 유학을 결정하는 마음은 내가 12년전 소호마을로 이사를 올 때 가졌던 마음처럼 이대로 이 곳에 살면 나의 삶이 마냥 행복질 것 같아서 유학을 선택한다.
우리는 이 선택을 용감하다고 말한다. 유학을 보내려 상담을 오는 부모도 아이들의 노는 모습, 표정,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다. 도시의 편리한 생활을 마다하고 엄마,아빠를 떠나 이모, 아저씨 품에서 낯선 아이들과 같은 방을 쓰고 같이 밥을 먹어야한다. 아침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하고 화장실이 급할 땐 먼저 들어간 아이를 기다려야 한다. 침대가 아닌 방에서 매일 이불을 스스로 개고 펴야 하고, 청소와 정리정돈도 스스로 해야 한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배달 음식은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고 , 농사 지은 채소반찬이 밥상의 절반 이상이다. 이러한 불편함은 유학을 결정하기에 주저할 만도 하지만 아이도, 부모도 용기있게 유학을 선택하였다.
나도 12년전 산촌유학 아이들처럼 산골 소호마을로 이사를 왔다. 시골살이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없이 집앞에 졸졸 흐르는 냇물이 좋았고, 마을을 둘러싼 백운산과 고헌산 능선이 나를 이끌어 이사를 왔다. 지금까지 아이들처럼 열 두 해 동안 산골살이, 자연살이를 업그레이드하며 아이들의 산골 이모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와 산촌유학은 12번째의 산골살이 봄을 , 아이들은 온 시기에 따라 네번째에서 첫번째 산촌유학 봄을 맞이하는 셈이다.
1년 사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은 좀 따뜻하고 조금 덥고, 좀 시원하고 조금 춥다는 것 정도로 사계절을 표현한다. 현관문을 닫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사계절의 흐름을 느낄 겨를이 없고 집 안의 온도는 언제나 봄처럼 따뜻해서 계절에 무감각해진다. 먹거리도 제철에 난 것보다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다보면 계절을 잃어버린다. 우리가 계절이 바뀌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산촌유학에서 가장 의미있는 가르침은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다. 자연은 날씨의 흐름에 따라 팬션 모델처럼 매일매일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고 우리앞에 나타난다. 도시에 살았으면 지나쳐 버렸을 것들을 보게 된다. 차를 타고 다니거나 휴대폰에 빠져 있거나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일상 속에서 볼 여유를 가질 수 없어서 놓친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변하고 달라지는 자연은 일상을 활기차게 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자연을 따라 스스로 변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도 더불어 달라진다.
우리가 먹는 음식도 달라지고 몸도 달라지고, 입는 옷도 달라지고 놀이도 달라진다. 봄엔 겨울을 난 풀을 뜯어 요리를 해서 먹는다. 여름엔 더위를 식혀 줄 음식을 먹고, 가을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채소 반찬을 먹는다. 겨울에는 저장해둔 나물과 과일을 먹는다. 해의 길이 따라 낮시간 활동량도 늘었다 줄었다 한다. 여름엔 물놀이를 하다보니 에너지 소비가 늘어 많이 먹고 잘 큰다. 겨울에는 낮에 계곡 얼음을 깨고 나무 작대기로 칼을 만든다. 내 발 아래 풀과 옆의 나무도 달라지고 집앞 계곡의 모습도 달라진다. 건너편 논과 밭도 달라진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있는 마을과 주변의 만물에 매일 매일 변화가 일어나고 우리는 매일 이 변화를 관찰하고 발견한다. 또 우리 모두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흐름과 변화를 느끼며 자연의 순환 체계 속에서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