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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수집가 Jun 25. 2022

스스로여행

- 다시 시작된 스스로여행  1편. 준비

2년 반 만에 스스로여행을 되찾았다.

코로나가 우리 발목을 묶어 두기 전까지

여름, 겨울 아니면 봄, 가을로

꼬박꼬박 해마다 두 번씩 전체가 참여하는 여행을 다녔다.


올해 3~4월 코로나 감염자수가 정점을 찍으면서

코로나가 산골인 우리 마을을 휩쓸고, 또 유학센터도 훑고 간 뒤,

우리는 스스로여행을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아마도 6월쯤 스스로여행을 갈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대감과 설렘으로

매일 아침 전날 집계한 코로나 확진자수를 확인하면서

다같이 가는 여행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코로나가 유행한 최근 2년 반 사이 유학 온 아이들은

스스로여행을 경험해 보지 못해서 기대가 더 컸을 것이다.

이야기로만 듣던 가상현실 같던 스스로여행을

두 달 만 있으면 진짜 가게 될 지 모르니 말이다.


코로나 확산이 누그러지고 야외에서 노마스크가 권고사항이 되면서

우리는 6월초에 스스로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완전 들떠 여행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유학센터 전체 분위기는 여행 기대와 설렘으로 꽉 찼고

여행모드로 전환되었다.  


얼만만에 가는 여행인가!!

나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누구에게나 ‘여행 말만으로도 설레임이라는 단어가 으로 따라 붙지 않는가?

 

우리 교사들은 설레면서도 걱정되는 몇가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1,2학년 아이가 세명이고 걸어다니는 일이 많은 여행에서 날씨가 더우면  

이 아이들의 체력이 버텨줄지…

전체 유학생 18명 중 경험자가 5명으로 스스로여행 개념을 이해하는 아이가

적어서 계획하고 실행에 어려움이 생기진 않을까 ...  


아이들의 여행 준비가 시작되기 전 교사 회의를 먼저 진행했다.

회의에서 스스로여행 관련 현황파악을 먼저하고, 스스로여행의 큰 얼개를 짰다.

현황 파악을 해서 정리 해보니

코로나로  스스로여행이 중단되면서 스스로여행 경험자가 5명, 전체 아이 3분의 1보다 적다는 것.

초등1학년 2명, 초등2학년 1명 저학년이 많다는 점.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여행지에서 즉석 여행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고려해서 4박5일간으로 진행하던 여행기간을 줄이고,

여행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복잡하지 않은 곳,

짧은 여행기간을 감안하여 이동시간을 줄여주는 가까운 곳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건을 따져서 여행지를 통영으로 결정하였다.

그림자 교사는 나를 포함해서 3명이 가고, 즉석 여행팀은 여행 경험이 많고

즉석 여행의 진행과정을 관찰하고 싶은 내가 맡기로 했다.  


또, 숙소의 조건은  21명이 같이 묵을 수 있고 저녁 시간 모여서 하루 일과를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했다.  다른 손님과 같은 숙소에 묵는 것도 나름 재밌고 새로운 만남으로 여행의 묘미가 있지만 우리 여행의 특성상, 진행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우리끼리만 묵을 수 있는 독립 공간으로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숙박비도 너무 비싸지 않은 곳으로 하고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청소나 위생 상태는 양호해야 하고  여행기간이 짧으니 간단하게라도 아침식사를 제공해 주는 곳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런 여러가지 현황을 파악하고,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을 반영하여

여행기간은 2박3일, 여행지는 통영, 숙박은 원게스트하우스(독채) 로 결정하였다.


스스로여행은 '스스로' 라는 말 그대로 여행의 전과정을

아이들이 계획하고 실천하는 여행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이후 모든 과정과 여정은 아이들이 이끌어간다.


'스스로'는 교사의 도움을 최소화하고 아이들 개개인이 가진 역량을 스스로 꺼내고 발휘한다는 뜻이다.  

자유롭고,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해 보며 책임지고 후회하지 않는다.

주어지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찾아서 해 본다. 대신해 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 상황이 생기면 그 상황을 해석하고 어른의 도움없이 스스로 함께 풀어간다.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은 '스스로' 한다.

스스로 한 결정과 행위를 통해 여행은 즐겁고 풍요로워질 수도 있고 아이들 말처럼 '망할 수도있다'

여행의 모든 것은 자신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 틀 속에서 매순간 각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아차리게 된다.

'지금 내 고집을 부려야 할지' '버스 안에서 졸아도 될지'

'오줌누기를 미뤄야 할지' '정신을 빼놓아도 될지' ' 버스카드를 안 챙겨도 될지'

'자금 무슨 결정을 하고 있지'  ,,,

여행 하는 동안 선택과 결정을 할 순간이 찾아오고 , 거기에서 영혼을 빼놓고 있다가는 여행의 재미를 잃어버리고 혼자 미아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교사는 아이들의 그림자로 따라 다니며 아이들 안전과 여행중에

어른이 필요한 순간에만 개입한다.  

아이들의 여행이 어디로 가든 참고 기다려야 한다.

웃습지만 아이들을 따라 다니다보면 길을 찾다보면 많이 걸어서 너무 힘들고

체력이 고갈될 때가 있다. 그럴 때 살짝 힌트를 준다.

아이들에게 길을 가르쳐 줄 의도가 아니라 교사도 살아야 하니까 .


아이들 모둠을 세개로 꾸려 주었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즉석여행을 원하는 6명 아이들 한모둠과 나머지 12명을 6명씩 나눠서

두 모둠으로 만들었다. 모둠은 나이, 성별을 골고루 섞어서 짰다.

그러다보니 초등1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 한 모둠이 되었다.

어떤 조건이든 스스로 해보며 겪는 모든 일은 각자에게 도움이 될지니 ...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받을 지도 관전 포인트가 된다.


5월초 어린이날이 지나고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여행을 한 달 남겨 두고 아이들에게 모둠을 알려주었고

회의를 두번 열어 모둠별 여행계획을 세웠다.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모둠 이름부터  지었다.

이순신을 연상시키는 '신에게는 아직 6명의 꼬맹이가 있습니다',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가고싶다'

통영에 도착해서 즉석여행을 하는 '돌진여행' 으로 모둠 이름이 지어졌다.


모둠이름에는 모둠원들의 성향과 성격, 원하는 여행 컨셉 등이 잘 드러났다.

'신에게' 모둠은  의욕적이고 여행을 즐길 기대가 가득 담겨있는 느낌이 들었고

'집에'모둠은 기대도 있지만 두려움과 함께 있고 여행을 수행해야할 과제로 보고 완수하고

돌아갈 수 있을까 부담감이 있어 보였다.  

'돌진여행'은 계획 세우는 걸 싫어하고, 최대한 결정을 미루면서, 개인의 취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아이들이 모였다.

각자 개인별 여행 목표를 정하고, 모둠 여행 컨셉을 잡고 모둠별 여행 계획을 세웠다.

돌진여행모둠은 여행 계획 말고 의견 모아 결정하는 과정, 방법,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

두번의 회의를 거치면서 모둠별 여행 계획은 어는 정도 완성이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이틀전 최종 회의를 가졌다.

최종회의에서는 모둠별 여행 계획을 발표하였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최종 여행계획을 마쳤다.  

그리고 스스로여행 교육으로 여행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규칙과  길을 잃었을때 행동요령 ,개인 준비물, 전체준비물 안내, 개인여행자료집 사용 설명을 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고 여행 전날 각자 짐을 스스로 잘 꾸리는 일만 남겨두었다.  


여행 전날,

'벌써 여행 갈 날이 다 되나니!!!! 실감이 안 나요"한 한 아이의 말이 떠오른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의 터널이 길어지면서 다같이 여행을 가게 될 거란 기대를 내려놓았었다.

내려 놓았던 기대가 다시 현실이 되면서 즐거움과 기대, 설렘은 몇 배로 커졌고

한 달 준비하고 기다리면서 여행의 흥분으로 일상이 덩달아 더 활기차고 즐거웠던 것 같다.


이제 실전만 남았다.

계획 한 대로, 모둠원들과 마음이 잘 맞아서 여행이 순조로우면 정말 기분좋고 행복한 일일 것이고

길을 찾아 헤매고, 모둠원들끼리 의견 충돌로 갈등이 고조되어 막막하고 힘든 여정을 가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실전만 남았다.


6월3일 아침 7시 15분 집을 나서서 마을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서 여행은 시작되었다.

잔뜩 주워모은 교통 정보와 여행 정보를 여행 자료집에 적어 손에 쥐고 있지만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미리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가는  모둠도 있고,

계획없이 무작정 여행지에서 바로 여행을 시작하는 모둠도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실제 여행지에 내리면 새로운 세상에 뚝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밀려오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뭐 부터 시작해야 할까, 지도를 봤지만 내가 있는 곳에서 이쪽은 어느 방향인지

가고 있는 방향에 확실한지 모르겠고, 식당은 쭉 보이는 데 어디에서 점심을 먹을까?  

길은 어떻게 묻지, 니가 먼저 물어봐주면 다음엔 내가 잘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잠깐 우왕좌왕하며 불안한 상태를 거치면서 필요 이상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서로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오면서 자신들이 하려고 했던 여행 계획이 되살리면서

낯선 곳에서의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고,
놀이와 배움을 넘나들며
새롭게 나와 타인을 발견하고
친구와 소통하고 나누고
세상과 마주치며 성장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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