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비건 II

주위 환경이 만드는 비건

by Delfina



그 무렵 나는 학교에서 피아노 학사과정 3학년을 밟고 있었다.








가끔 재능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밝혀지지 않던가. 난 예중예고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실내악을 해볼 기회가 없었을뿐더러 그때의 난 단순하게 피아노만 잘 치고 싶은 생각뿐이었으니 실내악엔 사실 별 생각이 없었었다.




학사 2학년 때 처음으로 피아노, 첼로, 클라리넷으로 구성된 피아노 트리오를 하게 되었고, 25점 중에 가장 높은 등급인 21-25점으로 분류되는 점수들을 받으며 학년을 마쳤다. 내 연주가 실내악 학과장 교수님 눈에 띄어 나는 학과장 교수님 클래스에 들어가게 되었고, 좀 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팀이 꾸려졌지만 그때 같이 하던 팀원들은 본인들에겐 실내악보다 중요한 것들이 우선순위에 있었기에 그렇게 열정을 쏟고 싶지 않아 했다. 나는 아쉬웠고, 목이 말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때마침 코로나가 터졌다. 내가 사는 도시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여섯 명의 성악과 친구들과 내 트리오가 함께 같이 연주하기로 되어있던 스케줄 또한 취소가 되며, 레슨 자체가 어려워졌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나는 생각했다.




'내가 팀을 짜서 다시 해봐야겠어.'


그 당시 친하게 지냈던 첼로 전공의 베로니카에게 연락을 했다.


"우리 바이올린 섭외해서 같이 트리오 하자."


베로니카가 말했다.


"좋아, 누구 생각하는데?"


"지금 너랑 현악 사중주하는 빅토리아."




나는 빅토리아와는 친분이 없었지만, 학교에서 하는 마스터 클래스 때 빅토리아의 연주를 들은 적이 있었다. 또 그 둘은 이미 연주를 같이 하고 있는 사이기 때문에 합을 맞추기가 수월할 것이라 생각을 했다.


베로니카에게 빅토리아와 이야기해 보겠냐고 하곤 며칠 동안 대답이 없자 나는 불안했다. 실내악 팀을 짤 때, 학교에 있는 잘하는 혹은 내가 마음에 드는 연주자들은 한정이 되어있고, 그 들은 종종 다른 팀에서도 컨택이 오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까 봐 조바심이 난 나는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못 기다리겠었다. 혹시라도 빼앗길까 봐, 혹은 이미 팀이 짜여있을까 봐.



학교 문 앞에 서있던 나는 핸드폰을 열어 바로 빅토리아에게 연락을 했다.


"우리 같이 트리오해보지 않을래?"


뭐라고 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 뜻밖의 가벼운 대답이 돌아왔다.



"좋아, 해보자"



속으로 내쉬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뭔가 짜릿했다.


"됐다!"


후에 알고 보니 빅토리에겐 아니나 다를까 이미 다른 팀에서 연락이 왔던 상태였었다. 나는 그때의 내가 그렇게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후 나는 실내악 학과장 교수님께 연락하여 팀을 꾸렸다고 하였고 교수님께 클래스에서 또 배우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흔쾌히 허락하셨고, 현악 쪽 교수님도 친구들이 원하는 교수님으로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피아노 트리오의 경우 우리 학교는 피아노 교수님, 현악 교수님 총 두 분과 함께 수업이 진행된다. 종종 따로 일주일에 한 번씩 교수님들께 레슨을 받고, 시험 전엔 두 분께서 같이 레슨에 들어오신다.)








우리는 합주를 계기로 굉장히 친해졌고, 종종 합주 후에 모여서 같이 밥을 먹곤 했다. 그 둘은 비건은 아니었지만, 자주 고기 없이 요리를 했다.



특히 베로니카와 나는 그 당시 학교에서 가깝고 가격대비 팔뚝만 한 두툼한 Falla 식당의 케밥 느낌의 wrap을 자주 먹었었다. 반을 쪼개서 서빙해 주곤 했는데 베로니카는 항상 반만 먹고 반을 포장해 갔던 기억이 난다. 병아리콩과 파슬리가 잔뜩 들어간 고소한 팔라펠, 너무 시거나 짜지 않은 수제 오이피클, 싱싱하고 아삭한 적양배추절임, 시금치 그리고 달콤하게 기분 좋은 꿀에 절인 당근과 비트절임 등등 조합이 신선하고 맛있었다. 그때 먹었던, 지금은 코로나 여파로 문을 닫은 비건식당의 wrap을 첨부한다.




(테이크 아웃 시 케밥처럼 은박지에 포장해서 나온다.)

(안에서 먹으면 이렇게 나오는데 소스들이 있는 걸 보니 다른 wrap이었던 것 같다. 이러나저러나 기본메뉴가 제일 맛있었다. 참! 메뉴에 김치가 들어간 wrap도 있었다!)



나는 그때에도 고기에 환장했었지만 이건 정말 맛있어서 같이 잘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 메뉴를 소개해줬을 때, 셰어하우스 내 옆방에 사는 채식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었던 마르친 또한 한 입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수긍하며 좋아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채식에 대한 호감은 이것이다. 만약 그때 베로니카가 아니었다면 나는 한참 나중에서야 채식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다음 편에는 다양한 레시피의 갈망, 영양학적 궁금증 등에 대해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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