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맞는 8번째 생일, 가자지구 기부
생일이 어떻게 동그래요.
동그란 생일(Urodziny Okrągłe)
이번 생일은 특별하다.
왜?
0으로 끝난다.
오 마이 가쉬.
요즘 거울을 보는데 뭔가 팔자 주름도 깊어진 것 같고 피부도 좀 더 푸석해지는 것 같다. 손등을 보는데 손가락 마디와 손등을 잇는 뼈 접히는 부분의 주름이 눈에 띈다.
노화가 느껴진다.
사실 생일이 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매일을 살아가고 그냥 나는 그냥 나니까 이렇게 생일로 나이를 상기시켜주지 않으면 나이 먹는다고 잘 느껴지지 않는다 생각하였다.
그런 생각들이 무색하게 생일이 다가오니 갑자기 신체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도대체 왜 사람은 나이 들면 건조해지는가.
립밤과 보디오일, 바디버터, 바디로션 그리고 핸드크림까지 자꾸 몸에 방어막을 쳐야 쪼그라들지 않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30대... 뭔가 성숙한 어른이 된 것 같고, 눈두덩이 살이 빠지며 좀 눈도 그윽해지는 것 같고(착각) 질풍노도의 20대를 지난 나는 이제 진짜 어른일까? 생각도 들지만 다시 거울을 보면 그냥 저건 나다.
껍데기 속에 들어있는 정신은 똑같은데 몸만 변해간다.
내가 헬스를 언제 마지막으로 갔더라? 영양제는 뭘 먹고 있지?
갑자기 나를 점검하게 되고 삶을 잠깐 돌이켜 보게 된다. 근데 30대는 이러이러하게 살아야한다 . . . 라는게 있나? 물음표들이 늘어가는 와중 배고픔에 이내 됐다. 밥이나 먹자. 하며 침대에 널어놓은 몸을 추스른다.
***
셰어하우스 옆방 친구들과 근사한 레스토랑에 갔다. 그 후엔 친구들이 집에서 케이크에 불 붙여 축하노래도 불러주었다. 전부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라 굉장히 잔잔하고 조용하게 보냈음에도 평화로워서 정말 만족스러웠다.
나 포함 세명뿐이었지만 소규모로 보내고 싶었고 친구들 또한 챗바퀴 같은 삶에서 이러한 자리가 체력소모 많이 되지 않는 선에서 있는 게 좋은 듯하였다.
(나, 조앤)
그다음 날,
이곳에서 내가 여기 처음 온 해부터 쭈욱- 가족처럼 지내는 올라이모와 그의 남편, 벨기에에서 온 올라이모의 친한 친구 Geert, 그리고 내 옆방 사는 조앤과 함께 집 앞 카페에서 만났는데,
원두를 직접 볶는 카페에 퍼지는 고소한, 마치 커피방앗간에 있는 듯해 향에 별거 아닌 대화들도 괜히 더 유쾌했고, 그 곳의 커피, 케이크도 맛있었다.
***
여튼, 나는 생일에 많은 축하와 케이크도 3개나 받고, 볼레스와비에츠 그릇 두 개, 귀여운 화분까지 받았기 때문에 정말 기분이 좋았고 또 왜인지 모르게 내면이 평온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는데 정말 갑자기 내가 받은 이 행운들을 남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한 것이 기부이다.
내가 배불리 먹었고, 남들이 내게 베푼 것들로 행복했기 때문에 나도 이것이 필요한 곳에 나누고 싶었다. 신기하게도 그 생각이 들자마자 스크롤하던 인터넷 창에 세계식량계획에서 진행하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기부에 대한 광고가 눈에 띄었고, 난 그냥 그게 운명이라고 생각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다섯 식구가 먹을 식량꾸러미를 가자에 보냈다.
만약 이 행동이 없었다면 내 생일은 완벽하게 끝나지 않고 조금은 찝찝했을 것 같다. 좋은 날 지나고 일어나서 맨 처음 쓴 것처럼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며 걱정할 때가 많은데, 내가 한 행동으로 내 하루가 완성된 느낌이었다. 또한 이렇게 30대를 시작한다는 의미도 있고 말이다.
나는 노화가 진행되며 늙어가지만 30대가 된 것이 감사하다. 받은 베풂이 당연하지 않고, 감사할 줄 아는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남들과 나눌 수 있는 30대라 감사하다. 또 내가 노화되고 있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덕분에 헬스장에 가게 되고 먹는 것에 더욱더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니 말이다. 나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