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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층 타워맨션 자가사는 리사원 퇴사일기

10 빚이 나에게 가져다 준 것

by Funny


총기는 찬성할 수없네

예전의 나에게 이런 어려움도 젊을 때니까 극복할 수 있다, 괜찮다, 이딴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데 나에게 마침 총이 있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쐈을 거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뭔가 희망이 있는 상태, 그래도 뭔가는 지킬 수 있는 상태에 있을 때나 설득도 할 수 있고 조언도 할수있고, 최소한, 내일의 가정을 할 수있다. 인생에 있어서 희망은 없는데 죽을만큼 대단한 수고를 할 에너지도 없는 절망상태라고 본인이 인식하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나중에는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니, 정말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을 것같다.

정말 다행이다. 그때 나에게 죽을 용기가 없어서 오늘도 푸딩을 먹을까 말까 고민 할 수있다. 정말 또 다행인건 우리나라도 일본도 총기가 허용된 나라가 아니라, 비틀거리는 정신상태의 나 같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원래 총은 없는거라, 내가 혹시나라도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없었고, 감옥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인간이 성악인지, 성선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런게 하나도 상관없는 순간이 인간의 인생에 그래도 한번은 올거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기도 하기에, 나는 총기는 없었으면 좋겠다. 한순간의 감정이 인생을 살아버리지 않도록.

빚이 있는 걸 고를거야

지금은 다행이도 제정신으로 돌아와, 어떤 말을 들어도 분노살인을 저지를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끝까지 몰린 사람들의 마음을 살게된 것, 이해보다는 체험으로 인한 경험이 된 것은,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세 일어나는 슬픈이야기 화나는 이야기를 보다보면 인간의 세상이라는 것에 대한 허무함과 경멸이 생길때가 많았는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되어도 전혀 이상할 것없는 마음가짐으로 일년넘게 살아보니, 그러면 안되겠지만 그런 마음이었겠구나, 라는 이해가 생겼고, 그 이해는, 사람의 죄를 정당화 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 대한 나의 스트레스는 확실히 줄여주었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수 있다면, 빚이 없는 인생을 선택했을 것 같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빚을 고칠수 있다면 2021년5월11일의 나는, 빚이 있었던 인생을 고를 것 같다. 지금도 빚은 1억원이상 존재하고 있고, 나의 인생의 많은 가능성을 제한하며, 대중교통을 타는 것 보다 왠만하면 빗길에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게 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할 것 같다. 빚이 나에게 자유를 주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금수저는 아니지만 흙수저도 아니야 나는 마이수저야

이런 저런 사고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돈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제적 독립을 했던 대학생 때부터 금수저 같은 사회적 예외를 제외하면, 갚지않아도 되는 사립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서 학비면제도 일부 받으며, 알바도 시급이 14000원이었고, 짧았지만 장기 인턴을 했었을 때는 월급이 580만원정도 되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감사한 줄모르고 전달의 카드값을 갚으면 한달생활비가 남지않는 방탕한 생활을 했었고, 늘 갖고 싶은 것을 사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고, 무엇을 하더라도 가격을 생각하며 살았다.

회사원이 되어서도 그랬던 것 같다. 인턴 같은 월급을 주던 1년차때를 제외하면, 매년 엄청나게 연봉이 올랐고, 대부분 8000정도는 받으면서 회사생활을 했던 것 같다. 전달에 카드값에 월급이 다 날아가면서 허덕이면서, 연봉이 오르면 또 별로 체감되는 것 없이 그렇게 살았다.

그 흔한 명품백하나 사지 않았다. 그런데도 저축하지 못하고 늘 사고 싶은 것을 사지 못하고 궁핍한 마음이 들었다. 연봉이 1억이 되었을 때, 가장 마음은 곤궁했던 것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세대 수입 3억원이상이라는 상류층의 생활을 1억원의 연봉으로 해보려고하니, 당연한 결과였을 수 있다. 나는 늘 자신의 상황보다 더 높은 생활수준을 꿈꿨고, 일부만 이뤘지만 이루지 못한 일부에 더욱 상처받으며 매일 부족한 마음만 들었다.

나에게 자유라는 것은

여러가지 빚이 있다는 사실을 2019년 12월27일날 알았다. 그 전까지는 막연한 두려움만 가지고 있으면서 진짜로 빚이 많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아는 것이 두려워 계산을 하지 못했고 그 스트레스로 더 뭔가를 사고 했던 것 같다. 2020년은 빚을 갚은 한 해 였다. 실제로 뭔가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지만 코로나로 회사도 재택근무 였기에, 목욕할 가스와 물값도 아끼기 위해 목욕도 하지 않았고, 샤워만 가끔했다. 식비는 1/10까지 줄였다. 쇼핑은 자전거 탈 때 손이 너무 시려워 구입한 100엔샵의 장갑 같은 것 말고는 사지 않았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큰액수의 빚이었고, 저축을 해본 경험도 없었고, 언제나 돈은 부족했기에 마이너스가 가능하다는 선택지가 머리에 없었다. 그런데 아에 쇼핑을 하지 않기로 정하고, 조금씩 모든 것을 줄여나가다보니 1월보다는 2월이, 2월보다는 3월에 점점 더 소비가 줄어들었고, 소비를 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나의 생각보다 더 절약하며 살 수 있다는 사실, 내가 내 생각보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는 것, 내가 사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경험 모든 것이 나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 노란색 디자이너 가방을 사면 만족감이 있을 것 같아, 천장에 가방이 둥둥 떠다녀 가방을 사거나, 옷도 백만원 넘게 사고 하던 과거에는 얻을 수 없었던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은, 나를 소비라는 영역에서 자유롭게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에 대한 자신감은 나를 매우 자유롭게 해주었다.

결국은 행복하지 위해서 뭔가를 소비하는 것 같다. 이제는 이것을 소비하면 행복할거야 하는 기대도, 이게 있어도 행복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월급만큼 많은 카드값을 내는 고민도, 이게 있어도 당연하다는 무가치한 태도도 없어서, 행복하다. 행복하니 소비하지 않아도 되고, 소비하지 않으니 행복하고, 가끔하는 소비가 하나하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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