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친구들을 만나다
대학원을 준비하고 만나는 사람과 미네르바에서 만나는 사람은 결이 다르다. 누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냥 다르다. 아직은 확실하게 이게 같고 다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직감적으로 다르다. 지금 생각나는 점이라면, 미네르바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좀더 직관적이다.
미네르바 대학원에 가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기대하는 점은 동기들이었다.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대학을 찾아왔을까. 흥미있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일본에도 한명, 미네르바생이 있었다.
아주 짧은 동기생들과의 만남이었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길을 가고 비슷한 결의 동기를 보고, 나는 평상시에는 하지 않는 일을 했다. 오프라인에서 우리 당장 만나,를 시전한 것이다. 요즘에는 너무 남발되어 질릴법한 MBTI로 INFP인 나는 사람과 오프라인에서 빈번하게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니,, 거기다 한번 몇마디 나누지도 않은 사람이라니, 새로운 도전은 사람을 이상하게 하는구나, 하며 약속을 잡았고 약속시간에 나갔다.
상대가 회사원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약간 늦는 다고 했을때, 일본 사람들은 항상 늦으니까 별 생각없이 얘도 늦는 구나,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뭔가 굉장히 딱딱한 일을 할 것같은 정장차림의 아담한 여성분이 나왔다. 뭐지?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이런 딱딱한 의복을 챙겨야하는 사람이 미네르바에 왔다고? 흥미가 생긴건지 식은 건지 알수없었다.
일을 설명하는데 뭔가 모호하다. 잘 모르게 일부러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다. 어디서 일하세요?
나의 예전 회사 이름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3초 정도 폭소가 터져버렸다. 핫핫핫핫핫! 단전에서 끌어올린 웃음에 상대는 당황했다. 그럴만도 했다. 애써서 회사를 끝마치고 나온 앞으로 2년동안 함께 지낼 동기가 자기의 회사명을 듣더니 아주 그냥 세상에서 제일 웃긴 개그를 들은 것 마냥 배를 쥐고 빵터졌다. 모욕감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같다. 너무 웃어서 미안했지만 이런 재미있는 상황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바로 나도 그회사를 딱 일년전 그만뒀다고, 너의 선배였다고, 심지어 니가 소속된하는 그 자회사,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했었다고, 선배들 후배들 많이 안다고, 제빨리 이야기 했다. 그제서야 묘한 우연에 상대도 나의 웃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내가 지원했던, 그리고 외국인이어서 였는지, 너무 급진적이어서 였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떨어졌던 부서에 최근에 이동되어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그 부서에서 떨어졌는지 알려줬는데 단 1년 반만에 예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한다. 재미있는 일이다. 나를 떨어트리고, 동기를 떨어트리고, 그리고 1-2년 만에 우리를 쌩깔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되어있다니, 역시 인생은 타이밍인가보다. 내가 운이 좋은지 나쁜지, 정말 모르겠는 그런 복잡한 마음이 되었다.
인연이란게 있는것 같다. 좋은 인연도, 나쁜 인연도, 그냥 인연도, 자꾸만 곂쳐지는 그런게 있는 것같다. 좋은 인연인지 나쁜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작된 나와 일본과의 인연, 옛 회사, 그리고 이제 부터 갈 대학원.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나의 역할 일거다. 지금은 살짝 불쾌하게 마무리 된 옛회사와의 인연.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은 옛회사의 직원. 이 또한 인생에 큰 베움이 될 것같은 예감이다.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