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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프리미엄 시리얼

행복에 다달으는 가장 빠른 익스프레스 열차

by Funny

나에게는 극상의 행복을 바로 느낄 수 있는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이 있다. 일본의 고급슈퍼에서 발견한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먹는 것이 그것이다.

(별로 많은 사람이 읽을 것이 라고 기대하고 쓰는 글은 아니지만 혹시 누군가 읽었을 때 어떤 시리얼인지 궁금해 할까봐 링크를 단다.  https://www.amazon.co.jp/%E6%97%A5%E6%9C%AC%E9%A3%9F%E5%93%81%E8%A3%BD%E9%80%A0-%E6%97%A5%E9%A3%9F-%E3%83%97%E3%83%AC%E3%83%9F%E3%82%A2%E3%83%A0%E3%82%B3%E3%83%BC%E3%83%B3%E3%83%95%E3%83%AC%E3%83%BC%E3%82%AF%E6%9C%80%E4%B8%8A%E8%B3%AA%E3%83%97%E3%83%AC%E3%83%BC%E3%83%B3-180g%C3%975%E5%80%8B/dp/B003XI3HEW)


단맛이 추가 되지 않았지만 고소하고 재료의 본연의 맛으로도 풍부한 고소한 맛을 내는데 우유와 함께 먹으면 고소함이 배가 되어 너무 맛있다. 배가 불러오는게 아쉬울 정도로 맛이 있는데, 당 때문에 먹으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자꾸만 먹게 된다. 우유를 100미리 이상먹으면 배탈이 나기에 적은 양의 우유를 아껴가며 몇번이나 시리얼을 추가해서 먹는다.


한국에 와서도 일본에서 친구가 올 때만다 사다달라고 부탁 하는, 나만의 행복행 특급열차였는데 왜인지 한국에서는 그 힘을 다 못쓴다. 우유의 맛이 다르고, 시리얼도 수확시기나 공장이나 재조시기에 따라 맛이 다른지 항상 그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먹을 때마다 매일 감동으로 전율했는데 한국에 오니 감동이 사라졌다. 그 때 그 감동은 없어도 상당한 만족감을 주고, 한국에 와서는 유당분해 우유도 생겼기 때문에 더욱 더 안심하고 시리얼을 먹는 게 편해졌을 무렵이다.


고구마 철이 왔고, 밤고구마를 좋아하기에 밤고구마를 구입했다. 시리얼을 먹기에 늘 우유가 집에 있었고 무심코 밤고구마와 우유를 함께 먹었는데, 그 때의 감동이 밀려왔다. 밤고구마와 우유를 함께 먹으면, 그 때 그 시리얼을 먹었을 때와 같은 행복의 주문이 발동된다. 너무 맛있고, 달고, 고소하고 최고다. 행복은 고구마와 우유 맛이다.


문제는 고구마가 자연식품이기에 개체별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한국사람들은 원망스럽게도 호박 고구마를 좋아하기 시작해서 밤고구마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적어졌다. 거기다 일본에서 진짜 최고로 맛있던 고구마가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다. 밤고구마의 행복은 확실하지만 일년 내내 지속가능하지는 않다.


미국에 와서 곤란한 것은 많이 있지만 당연하게도 그 중 하나는 먹을 것이었는데, 미국까지 가져온 프리미엄 콘후레이크 시리얼이 떨어졌다. 현지의 홀푸즈마켓에서 비슷해보이는 시리얼을 샀지만 맛이 없었다. 역시나 소문대로의 맛에 특출나지 않은 미국인들... 이렇게 맛없는 시리얼을 먹는단 말인가, 이렇게 맛없는 우유를 먹는 단 말인가 하며 불만그럽지만 그냥 저냥 시리얼을 먹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한종류만 먹으면 맛이 없어도 섞어 먹어서 부족한 맛을 보충하고 식감을 살릴 수 있다는 스킬을 개발하여 그나마 만족하며 시리얼을 먹고 있던 중, 트레이더스 조에 가게 되었다. 트레이더스 조는 뭔가 홀푸즈마켓보다 급이 아래인 슈퍼같은 느낌이 들어서 얕잡아 보고 지금껏 가지 않고 있었는데, 막상 그곳의 시리얼의 영양정보를 보니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2가지 종류나 집어 들고 온 시리얼 중 한가지가 나의 꿈의 시리얼과 매우 맛이 흡사했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오는 지인에게 시리얼을 5박스나 가져오라고 시킨 직후인데 거의 흡사하고 가격도 착한 시리얼을 발견하다니 기쁜지 기쁘지 않은지 뭔가 복잡한 마음이었지만 맛있었다.


인생도 이런 것 같다. 홀푸즈마켓이 가장 유기농 제품이나 맛있는 상품들로 유명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그 곳에서 아무리 많은 시리얼을 먹어보고 실험해도, 찾고있는 상품이 그 마켓에 있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면 찾을 수 없다. 아무리 전체적으로 봤을 때 거기에 있는 것이 더 맞아 보여도, 미루어 짐작컨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가능성이 낮은 곳에 존재할 가능성도 작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시간을 갖고 이것 저것 시도해보면서 찾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100% 일치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일치하는 것을 언젠가는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는 그것이 발견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을 정도의 대체재도 이미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 하긴 하다. 행복하지 않아서 행복을 가져다 줄 시리얼이 당장 필요할 때는 가질 수 없지만, (혹은 1번째 시도에 얻어걸릴 확률이 크지 않지만) 시간을 갖고 조금씩 시도하면서 상당히 괜찮은 조합까지 발견하고 나면 그제서야 행복의 시리얼이 발견된다. 이미 상당히 행복하기에 굳이 행복의 필승조합까지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 때에 그 가치가 덜할 때에 찾아온다는 게 비극인지 결국은 해피앤딩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이치인가 보다.


행복의 시리얼은 발견되었다. 그러나 행복의 우유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행복의 우유를 찾는 여정은 계속 될 것이다. 어쩌면 계속 시리얼을 찾는 과정이 이미 행복의 시리얼을 발견한 것과 같은 의미일 지도 모르겠다. 나는 포기할 생각이 없고, 포기 하지 않는 다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 미래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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