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편 - 1. 프로포즈
세상에는 프로포즈를 하지 않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결혼을 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나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와는 연이 없는 것 같으니, 내가 받고 싶은 프로포즈를 생각해 봤다.
예전에는 그냥 꽁냥꽁냥 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나랑 결혼해 줄래? 이렇게 말로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친구처럼 동반자로 지내는 것을 이상적으로 꿈꾸는 나에게 좋은 프로포즈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런 생각에는 변함은 없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상당한 압박, 결심,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또한 급작스런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이는 그다지 현실성이 없으며, 서로의 성의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어느 정도는 나와 상대의 진심을 간절하게 표현하고 싶고, 표현한 것이 느껴지길 바라는 것이 프로포즈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너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너의 취향과 너의 만족이 충분히 나타나길 바란다, 의 의도로 프로포즈가 행해질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랬을 경우 나의 취향과 정반대에 있는 것이 돈낭비 일 것이다. 나에게 진심은 행동만이 나타낼 수 있으며 쏟아부은 돈은 오히려 마이너스이다.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인생의 순간이 수만리인데 프로포즈를 하겠다며 금붙이를 산다던가 호텔을 예약한다던가 로맨스를 들이밀면, 나는 이 친구의 경제관념에 대해 깊이 시름할 것이며 결혼을 생각한 나의 경솔함과 이 화상을 어떻게 앞으로 평생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재검토를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프로포즈, 내가 원하는 진심은, 존 2 운동 달력이다.
나는 한 개인이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기를 바란다. 나의 남편이 최대한으로 행복하기를 바라며, 남편의 건강을 해할 수 있는 일은 출산 이외에는 바라지 않는다(출산 이후의 신생아를 키우는 일은 잘은 모르지만 잠이 준다고 하니 단기적으로는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외한다)
그렇기에 나는 잠을 자기 위해 살고 있고, 달리기 위해 생활하며, 그 외의 것들은 부차적이다라는 대전제로 앞으로도 살아갈 예정이다. 그 정도로 미토콘드리아의 활성화가 나에게는 중요하기에 박사과정도 가는 것이고, 나의 남편이 나의 미토콘드리아 활성화에 대한 집착?을 알아준다면, 평생은 아니더라도 1달 정도는 확실하게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나와 공유해 주기를 원한다.
존 4-5의 무산소 운동이 아닌, 존 2의 유산소 운동을 40분 이상 주 3-4회는 수행해서 애플워치 가민 등 스마트 워치로 측정한 달력을 PPT나 PDF 파일로 멋있게 만들어 온다면, 눈물을 흘리며, 응 너랑 결혼할게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다.
(너무 감동해서 실신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내가 프로포즈를 받고 싶은 건 아니지만 결혼을 할 때는 너와 결혼하고 싶어,라고 확실히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왜냐면 이미 나는 결혼을 전제로 만날 거고, 내가 그렇게 만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결정은 남자에게 내가 넘긴 상황일 것 같기 때문이다.
미래의 남편님, 프로포즈를 받고 싶으시면 요청사항도 받고 있어요. 단지 텔레파시는 안되니까 확실하게 이야기만 해주시면 아웃풋은 가능하니 대화와 네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