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 식장 feat. 축가
그렇다. 식장이 필요하다. 사실 어제 잠을 못 잔 것, 이 식장의 문제가 크다. 나는 식장은 공짜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자, 흥분을 가라앉히자. 그럴 수도 있다. 내가 세상물정을 모를 수도 있지만, 충분히 그렇게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내가 식장이 공짜, 혹은 공짜에 가까운 가격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요즘 결혼이 줄었네 출생률이 어쩌네 하면서, 공공예식장을 오픈해서 공짜라는 기사가 몇몇이 내 눈에 뜨였었다. 그래서 나는 로망 있는 분들이나 결혼식장에 돈을 쓰지 나처럼 실용주의자들은 공짜로 결혼할 수 있는 줄 알았다.
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나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 정도의 충격과 공포였다.
나는 결혼식에 들어가는 돈 중에 식장에 쓰는 돈이 가장 아깝다. 생각해 보면 밥값은 내가 나의 결혼식에 와주시는 소중한 귀빈분들께 한 끼 대접하는 것으로, 엥겔지수가 빈민과 다를 바 없이 높은 밥으로 행복한 가정 출신인 나로서는, 너무나 돈이 아까울 리 없는 항목이다. 그러나 식장은 그냥 정말 공중 분해되는 것으로, 한복은 사서 입고 남기라도 하지, 그냥 정말 기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데, 공공예식장으로 제공되는 내가 노리고 있던 그 아이는, 야외였다. 야외라니. 포토월이니 신부 대기실이니 이런 쓸데없는 것만 제공한다고 하는데, 사진도 찍을 예정이 없고, 장식도 하고 싶지 않으며 친구도 없어 딱히 대기할 필요가 없는 나로서는 이 무슨 필요 없는 것만 제공하는 예식장이란 말인가.
거기다 지금은 11월 말. 나는 벌써 한겨울 패딩과 기모바지를 입고도 추워서 수면양말을 주문한 상태이다. 야외결혼은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다고 해도, 거기에 들어갈 모든 것은 내가 뭔가 업체와 컨택을 해서 선택을 해도 되는 좋은 조건이라는 설명에 기가차고, 어이가 없다.
아니, 공공 예식장이라 함은 의자도 있고, 카펫도 있고, 꽃장식은 몰라도 뭔가 행사를 하는 느낌쓰가 나는 그런 것이 있어서 나는 몸만 가면 되는 게 공공 예식장이 아닐까? 내가 꽃도 장식도 다 날라야 된다면 그게 왜 공공예식장인가, 공공허허벌판이지.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결혼식에 빠지지 않는 것이 축가이다. 왜 결혼식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이해는 가지 않지만 결혼식이라는 것 자체가 그럴싸한 사회적 약속의 다짐을 사람들 앞에서 그럴싸하게 하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면, 모든 것을 다 예상 밖으로 가져가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축가를 고려해 보기로 하자.
예전에 학교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을 때 노래를 생각보다 잘하는 친구에게 네가 내 축가 해라라고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미국에 산다. 교수님께 부탁해 볼까? 교수님 노래 잘하시지. 교수님도 미국에 계시지만 줌으로 연결해 볼까, 그러면 어떤 연결을 하는 게 좋을까, 이러다 날을 샜다.
사실... 축가로 가장 부르고 싶은 건 성시경 씨다. 나는 성시경 씨를 실물로 라이브로 너무 보고 싶어서 팬클럽에 들어가 무려 오사카까지 가서 교통비 다 내고 노래를 들었던 적이 있다. 노래는 정말 1 황이신 분이시라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너무 대형가수시니 가격을 알아보는 것도 생략하겠다.
그렇다면 엄마나 아빠가 원하는 가수는 어떨까? 칠순기념을 겸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윤도현밴드도 지나치게 대형가수이고 나의 워너비와 너무 멀기에 알아보는 것을 생략하겠다.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강문경 님은 어떨까. 강문경 님이 축가로 배 들어온 다를 불러재껴 주신다면 일단 눈물을 장착하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렇다, 축가는 정말 큰 의의가 있다. 결혼은 무슨 결혼 강문경 님 콘서트에 성혼선포정도 5초 하면 되는 거지. 그러나 강문경 님에게 열심히 투표한 결과로 선생님께서는 이제 너무 메이저가 되셨고 여러 방송출연에 행사에 바쁘시다. 이제 단독 콘서트도 하시고... 몇백은커녕 천 단위가 나올지도 모른다. 알아보면 상처만 받을 것 같다. 그러나 궁금은 하다.
그러니 일단 투두리스트. 공연장에서 결혼식을 해도 되는지, 아니면 개인적인 콘서트를 하는데 꼽사리로 성혼을 선포해도 되는지에 대한 조사를 해보자. 그리고 강문경 님이 축가를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디엠을 가수들에게 보낸다고 하던데, 나도 그런 것을 한번 해보자. 혹시 모르지 선생님께서 축가는 특가에 해주고 계실지 모른다. 결혼식에서 옛날애인을 부르는 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강문경 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연구를 진행해 볼 가치는 있다.
현실적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할 수도 있다. 학교 동기들에게 부탁을 할 수도 있겠지. 누구에게 부탁을 할까 계속 생각을 하다 보니, 축가는 내가 정말 결혼을 출산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친구에게 부탁을 하는 게 맞는 것도 같다. 그러면 가장 의미 있는 축가다운 축가일 듯도 하다. 내가 알고 있고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이겠지...?
축가를 하면 10-15 혹은 30 정도를 말하고 있었다. 줌으로 교수님을 초대하게 되면, 통역도 필요하고 교수님에게도 선물을 보내야 할 것 같으니, 지인으로 한다면 15에 호텔 잡아주기 정도로 생각을 하고, 교수님께 5만 원 정도의 선물과 배송료 4만 원 정도로, 합 35만 원 정도 들듯 하다.
다음 주에 할 일:
1. 공연장에 연락해서 결혼식 해도 되는지, 가능하다면 비용얼마인지, 앞에 책상 깔아서 장식해도 되는지를 알아보자.
2. 강문경 님 축가 하시는지, 금액적으로 얼마로 가능한지 여쭤보자. 선생님이 가능하시다면 결혼식은 수요일 2시여도 가능해요. 그런데 돈이 없어요... 축의금 받고 나서 입금 가능한지 물어보면 화내시겠죠...?
3. 공연장이 안된다면, 다음 주에는 식당에서 하는 것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자.
오늘의 결론: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인생은 실전이구나. 다이소에서 가랜드 10만 원어치 장식해서 될 일정도로 생각했는데 GPT선생님과 좀 더 강도 높은 상담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