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결혼 임신 출산하기로 결심한 아직 싱글

임신. : 11. 난자채취 한 사이클을 마치며

by Funny

이제 거의 한 달이 되어가는데 이제 생리를 끝냈고, 한 사이클이 거진 끝난 듯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의 몸은 아직 정상이 아니며, 아직 달리기를 하는 것도 애매하다. 그렇지만 어쨌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적극적인 운동을 못하는 것을 사이클이 안 끝났다고 하기는 또 야박하니 일단 끝났다고 하고 돌아보자.


총평: AI가 별로 아프지 않다고 할만하다고 하지 않았다면, 이럴 것이라고 알았다면, 이만큼 돈이 든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 알았다면 못했을 거다. 그러나 한 것을 후회하느냐, 하면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또 그만큼 후회한다.)


나는 경제학 전공이다. 경제학에서 뭔가를 배웠다는 것에는 그다지 동의할 수 없지만 경제학에서 한 가지 깊은 인상에 남은 것이 있다면 매몰비용의 개념이다. 나의 이번 사이클은 매몰비용으로 점철되어 있다.


일단, 검사비용이 무지 막지 했다. 50만 원이나 들여서 이것저것(거기다 중복검사까지... 정말 피를 토하고 싶다...) 그런데 시도를 안 하기는 좀 그랬다. 매몰비용 효과로 시도에 들어갔다.


주사기를 보며, 내가? 내 가요? 제가 배에다가 그냥 딸깍하는 미니압정 뭐 이런 거 아니고 공식 주사기를 제 몸에 꽂아 넣으라고요? 액체도 스스로 집어넣으라고요?라는 충격과 공포도 일단 1개의 주사기길래 그래도 해야지 하며 꾹 참았다.


그랬더니 3개가 되었다.


3개가 되었더니, 6개가 되었다.


이미 몸이 축날 대로 축나고 7일이 인생에서 날아갔기에 어쨌든 추출은 해야 하니 마취가 무섭고 이런 이유는 다 집에 가야 하고 그냥 채취를 하는 거다. 지금껏 고생한 매몰비용으로 채취까지 했다.


그 뒤로는 난소과자극으로 인한 삶의 사투가 이어진다. 이건 매몰비용이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발악이었다고 볼 수 있다. 끊임없이 늘어가는 병원비용에 토할 것 같지만, 도저히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가고 있고 그렇다고 또 15만 원을 들여서 병원에 가서 편해지기에는 돈을 너무 많이 썼는데. 내가 15만 원이 없어서 이렇게 복수 찬 배를 부여잡고 나 이러다 응급실 가야 하나를 일주일 넘게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쳐 량 하고 비참하다. 우울한데 또 죽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불안한 쌍크로스 기분이 좋지 않으면서 불안하고 우울한 시기가 지속되었다.


그리고 겨우 맞이한 생리는 과거 자궁근종이 한창 심하고 회사 스트레스에 힘들었던 그때처럼 피가 너무 심해서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지고 이러다 나는 쓰러지는 걸까 내일도 이럴까 고민하며 이 정도로 힘들건대 왜 나는 생리를 기다렸던 걸까 자괴감이 들었다. 2일 차 되니 많이 좋아진 듯하여 3일 차에는 빨리 걷기도 해 봤는데 바로 토할 것 같이 상태 안 좋아져서 저녁을 날렸다.


오늘은 생리가 끝나고 이제 정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아직 정상은 안된, 아직 몸 안에 뭔가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엉망진창인 상태이고, 나는 아직 달릴 수 없다는 강한 직감이 든다. 몸무게도 시작할 때 48키로였는데 1.8키로 정도 늘었다. 달리기도 못하고 계속 경구수액과 이온음료를 새벽까지 마시고 단백질을 꾸역꾸역 밀어넣기 때문인듯하다.


난자채취 고생정도

예상 2 실제 10 (난소과자극이 아니었다면 7-8)


난자채취를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가?

비용이 400-500 정도 든다는 것을 알고 있고 예상 2 정도의 고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추천을 막 하고 싶었다. 어쨌든 요즘 사람들이 결혼을 빨리 하고 아이를 빨리 낳을 수 있는 환경에 있더라도 본인의 정신적인 환경이 그렇지 않은 것을 포함해서 미루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러나 난소과자극이 되고, 입원, 통원을 하면서 한순간이지만 위험해서 내가 죽는구나, 나의 인생은 3분 남았구나 하는 순간이 있었고 진짜 죽음이 내 앞에 있는 공포에 더불어 빚까지 진 이 상황에서 실제 고생이 10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안, 난소과자극이 없어도 7-8 정도로 매우 매우 고생스럽다는 것을 안 지금은 어떨까.


애매하다... 너무나 추천을 하지만 너무나 힘들기도 하다. 생각보다 고생스러운데 돌아오는 것이 없다. 돌아오는 것은 옵션뿐, 결과물은 없다. 그래서 보람이 없다. 그래서 애매하다.


그렇기 때문에 20대 중반에 난자를 얼려놓는 것은 매우 추천하고 싶다. 일단 20대 중반이라면 확률적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상태가 나이스한 난소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을 것이고, 난소 과자극이 되지 않고 많은 수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는 확률이 많다. 또한 이때는 그나마 체력도 있고 인생을 아직 방황해도 용서가 되는 시기이기에 조금의 텀이 있을 때 쓸데없는 여행 가느니 1-2달 써서 난자를 얼려주면 앞으로의 인생에서 많은 것들은 나중에 생각할 수 있고 계획할 수 있고 스트레스가 확 주는 그런 옵션을 매우 확실하고 강력하게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30대 중후반이라면 추천은 하되, 이게 얼마나 힘든지는 일단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당신이라고 나처럼 난소과자극이 안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일단 난소가 포도처럼 커지면 당신도 나처럼 오리같이 팔자걸음이 될 거고 파란불이 깜빡여도 뛰지 못할 거다. 직장사람들이 모르기는 쉽지 않고, 이때 야근하고 무거운 것을 들고뛰다가 난소꼬임으로 수술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너무 심각하게 상태가 안 좋거나 복수가 차서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쉴 수 있는 상태임을 확인하고 이 시술에 들어가야 한다.


한참 우울하던 때, 나는 왜 남들처럼 멀쩡하게 결혼을 못해서 무료로(?) 임신을 못하고 이돈 들여서 이 고생을 하나, 이렇게 죽을 고비 넘겨서 이걸 해봤자 결혼을 못하고 파트너가 없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을 내가 미쳤다고 이러고 있다고 한참 자괴감에 들었다.


다시 정상에 가까운 호르몬과 몸상태가 되니 그래도 이렇게 한 것이 참 잘했다 싶다. 나이가 많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는 가장 젊은 난자를 얼려놓았다. 설사 앞으로 1번 더 못 얼린다고 해도 나는 앞으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는 확실한 가능성을 손에 넣었다. 나는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좋다.


지금까지 20대 후반부터 나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이 아니면 애를 낳을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불안에 시달려왔다. 그 불안을 응, 할 수 있는 옵션으로, 물리적인 옵션으로 바꿔놨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큰 위안이 된다.


충격적이게도 1번을 더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또 할 수 있을까 정말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또 할 것 같다. 이미 이 과정 전체가 매몰비용이다. 이고생을 했는데 아직 1명을 임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다. 그러면,,, 매몰비용 버프로 아마 또 한달이 지나면 병원에 가지 않을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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