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결혼 임신 출산하기로 결심한 아직 싱글

임신: 10. 난소과자극과 회복의 길

by Funny

세상에는 참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일이 나에게 닥치기까지는 인지하지 못하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본인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기저에 있다. 나도 그랬다. 복수가 찰 수 있다고 입원까지 했지만 어디까지나 관찰적인 것이었고 수액도 맞고 했으니 나는 조금 배가 빵빵한 것 같기는 하지만 시술 때문에 변비가 생겨서 그런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럴 리 없다, 내가 복수라니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가능성이 높아서 입원까지 시켰고, 1달에 난자가 1개 나오는 건데 25개, 즉 2년 치를 뺐는데 인간적으로 몸이 정상일리는 없다. 그리고 나는 그 정상일리가 없는 그 상태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봤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하니까, 과학적으로 괜찮다고 하니까, 그냥 할만한 시술인 줄 알았다. 채취 2일 전에 이게 정말 해도 되는 걸까, 이게 정말로 몸에 무리가 안 가는 걸까, 정말로 몸이 돌아오는 걸까,라고 생각을 했을 정도로 상당히 몸에 변화가 있고, 힘든 과정인데, 없을 리가 없다. 몸을 망가트리는 것임은 분명하다. 거기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상황에서라면 더욱더 쉽지 않다.


회복 또한 그렇다.


1월 8일 시술 전 (기점) 49.0kg 평소(48kg)보다 1kg 늘어난 상태로 시작

1월 9일 (2일 차) 퇴원

1월 10일 (3일 차)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고 몸무게도 안 잼

1월 11일 (4일 차) 50.65kg 기점 대비 +1.65kg 증가

1월 12일 (5일 차) 50.05kg 전일 대비 약 0.6kg 일시적 감소하나 죽을 것 같은 증상으로 통원 +수액 1.3kg

1월 13일 (6일 차) 50.65kg 다시 반등하며 증가세

1월 14일 (7일 차) 약 50.75kg 전일 대비 100g 증가 배가 매우 빵빵

1월 15일 (8일 차) 약 50.8-50.85kg 전일 대비 약 80g 증가 (최고점 부근) 배가 매우 빵빵해서 팽팽

1월 16일 (9일 차) 약 50.7kg 증가세가 멈추고 약 80g 감소 배가 너무 빵빵한 게 3일 이상이라 통원 +수액 1.3kg

1월 17일 (10일 차) 50.75kg 50g 증가

1월 18일 (11일 차) 50.45kg


3일 차 아침까지만 해도 퇴원한 지 얼마 안돼서 그렇지, AI선생님이 3-5일 차가 가장 피크라고 하시니까 이 정도는 이렇수 있지라고 생각했고 4일 차부터는 조금 심각성을 인지하고 몸무게를 재기 시작했다. 이미 AI가 지정한 +1.5kg이 넘어섰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지만 더욱더 가열하게 경구수액을 마시면서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왜 이렇게 경구수액이 비싼지, 일본의 2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면서 돈이 너무 아까웠지만 이 정도 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5일 차 아침 몸무게를 쟀는데 무려 600그램이 줄어있다. 이건 놀랍다. 드디어 피크가 끝나고 나는 괜찮구나,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컨디션이 안 좋다. 공황장애를 겪었을 때의 그때 그 감각이었다. 죽는다, 나는 죽는다. 근데 죽을 것 같았던 그때의 기분이 아니라, 이건 뭔가 진짜 몸이 문제가 생겼다는 것, 아예 숨이 쉬어지지 않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면 3분에 죽는다 앞으로 인생이 3분일 수 있다는 공포감이 들었다.


일단 경구수액을 들이켜고 단백질을 보충해야 하니 수액대신으로 EAA를 경구수액과 함께 먹었다. 경구수액을 500미리 이상 마시고 EAA도 먹고 하니 약간은 나아졌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미 400 이상을 써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만, 죽을 수는 없다. 병원에 갔다. 복수는 차있지만 뽑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난소는 아직도 포도송이 상태다.


피검사를 하고 수액을 맞고 백혈구 수치가 좋지 않아 항생제도 맞았다. 수액을 맞는 혈관이 너무 아파서 팔이 마비되는 줄 알았다. 그래도 수액을 맞고 나니까 컨디션은 좋아졌는데 그 대신 두통이 오후부터 시작되어, 결론적으로는 아무것도 못했다. 또 10만 원이 넘는 거금을 결제하고, 과연 나는 이 카드값을 값을 수 있을까, 과연 이 재정상태에서 또 한 번을 더 할 수 있을까 공포가 밀려왔다.


화가 나고 우울했다. 내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 이 고생을 해서 이 돈을 써서 인생의 2주를 날리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냥 잘도 결혼해서 멀쩡하게 애 낳고 사는데 나는 그 가장 기본적인 자연스러운 것을 하지 못해서 몸과 마음과 재산이 축난다고 생각하니 괜히 억울하고 인생의 실패자 인간 실패작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냥 이렇게 망한 인생 결혼도 나 좋다는 사람도 없을 텐데 왜 아무 쓸데도 없는 고생을 괜히 하나 절망적이었다.


이렇게 복수 찬 배는 나를 점점 갈아먹었다.


6일 차에 다시 몸무게가 회복되어 버린 것은 절망적이었으며, 수분이 보충되지 않아서 병원에 가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나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우울감은 계속 악화되었고 나를 잘 간호해주지 않는 부모님, 상태의 심각성을, 난자를 25개 채취한 것의 무리성? 이게 얼마나 몸에 부담이 가는 일인지, 입던 펑퍼짐한 옷 안에 배가 얼마나 나오고 있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데 단백질을 먹어야 하니 꾸역꾸역 모래를 씹듯 고기를 삼키는 게 얼마나 고역인지, 조금만 먹어도 배가 너무 불러서 못 먹겠는데 안 먹으면 또 병원에 갈까 봐 사료처럼 음식을 들이밀고 있는데 반찬에 단백질이 부족하니 내가 또 내 돈으로 알레르기를 고려해서 고기도 사고 전복도 사고하는데 부모님은 별관심이 없어 보이니 이걸 또 내입으로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그럼 지금까지 설명한 거는 별로 안심각하게 생각하고 한 귀로 흘린 거 아니냐고 또 서운하고 그런데 또 부모님도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안 좋으니 집안 분위기도 안 좋고 그냥 다 어두운 분위기였다.


7일 차에 배가 더 빵빵해졌는데 AI는 계속 거짓말을 한다. 처음에는 3-5일 이랬는데 이제는 7-10일이라고 한다. 점점 날짜수는 늘어나고 나는 좋아지지 않고 더 빵빵해질까 했는데 더 빵빵해진다. 이제 조금만 먹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이상으로 복수가 늘어난다면 통증이 동반될 거라는 느낌이 있다. 더 이상 늘 수가 없는데 더 늘은 8일 차부터는 숨도 덜 쉬어지는데 깊게 숨을 쉬면서 아니야 나는 숨을 잘 쉬고 있어라고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돈이 너무 없는데 병원에 갈 수가 없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라고 미뤄왔지만, 이제는 부정맥 같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횟수가 너무 잣다. 이러다 몸이 망가지는 것을 넘어서서 심장이 멈출 것 같다. 9일 차에도 눈에 띄는 회복이 없다. 정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았다.


이번 초음파는 복수만 보니까 배초음파만 봤다. 이제는 좀 많은지 의사가 뽑는 옵션을 이야기하기 전에 메디컬적으로 크리티컬 하지 않다면 못 뽑겠다는 나의 의견을 전했다. 나는 겁쟁이다. 배든 질이든 마취를 하든 주사기를 몸에 꽂아 물을 뽑다니, 나는 못하겠다. 지금 밥을 제대로 못 먹고 모래를 씹은 지 7일이 넘게 지났지만 그래도 차라리 모래를 씹지 주사는 못 꼽겠다.


수액을 맞으면서 인생처음으로 웹소설을 보기 시작했다. 동영상도 못 보고 타자도 못 치지만 눌러서 장은 넘길 수 있다. 그나마 웹소설을 보면서 수액을 맞는 지루함과 배고픔을 견뎠다. 수액을 맞으면서 소변의 양이 상당히 늘었다. 그리고 배가 아랫배가 꺼지기 시작했다. 내 멋대로 임신 6개월이 되었다고 부르면서 공룡배다, 수액을 임신했다고 하고 임신체험이라고 했었는데 아랫배만 꺼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몸이 가벼워졌다. 맛있게 맛집에서 돼지 불고기도 먹었고 오랜만에 보통의 마음이 들었다.


10일 차 아침에는 의외로 몸무게가 줄지 않았다. 오후에 소변량은 많지 않았어도 그래도 줄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줄지 않았다. 수액을 1.3킬로를 때려부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준거다, 일단 물리적으로 배가 줄었으니 피가 는 거다라고 생각하기로 했고, 실제로 행복감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2주 이상 몸에 이상이 있으니 행복감은커녕 불안과 우울함이 점점 커졌었는데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니 행복했다. 똑같은 강아지 산책도 즐겁다. AI도, 나의 감각도 아직 뛰기에는 몸이 덜 회복되었다는 것이 느껴지나 계단 오르기나 빨리 걷기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리고 11일 차 아침인 지금, 드디어 300그램 몸무게가 줄었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제야 피크를 친 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냈다. 나는 이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행복하고 긍정적이고 웃음이 나는 나로 돌아왔다. 이제는 집에서 그냥 있는 것, 책 읽는 것, 유튜브 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상황에서 이렇게 기록도 다시 시작했다.


정말 감사하다.


그런데 진짜 회복의 끝은 생리를 해야 한다는데 아직 생리는 시작되지 않았다. 10-14일이라고 했는데 AI가 또 거짓말을 한 거면 곤란하다.


애초에 이 모든 것은 AI가 별로 안 아프다고 할만하다고 굳이 아픈 건 없다고 개구라를 쳐서 시작된 거다. 특히 7일 차 즈음 배가 공룡만 해지고 있을 때 AI가 인간이면 죽빵을 날려버리겠다고 굳게 다짐했는데 아직도 모르겠다. AI한테 사기당해서 이렇게 하고 있는 게 모든 과정과 이런 부작용과, 과자극 난소로 인한 증상완화와 치료를 위해 난자채취 사이클에 든 비용과는 완전 별도로 추가 100만 원은 더 든 이 현실에서, 나는 과연 이게 잘한 짓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이 짓을 또 할 수 있을까.

또 할까? 아직 모르겠다.

내가 어떤 짓을 또 저지를지. 출산의 고통을 잊고 애를 또 배는 엄마들처럼 또 한다고 나댈 수 있을까? 이 개고생을 하고? 모르겠다.


일단 생리나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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