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등장인물 양병무 MBTI
정우의 오랜 친구. 지역 사정에 밝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 2년 차 형사다. 어릴 때는 정우 옆에서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젠 관계가 역전되어 친구를 측은지심으로 챙기고 있다. 죽은 보영이를 애틋하게 생각했던 병무는 과거에 집착하며 억울해하는 정우를 보며 어른스럽게 일깨워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MBC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인물 소개-
드라마의 주요 빌런 중 한 명이자 주인공 고정우의 고교 친구인 양병무.
빌런이긴 하지만 자기의 악한 본성을 대차게 과시하는 대담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적당한 선량함에 적당한 악함을 섞어놓은, 임팩트 약한 소시민형 빌런. 기본 성향은 어른들 공경하고 윗사람에게 살갑게 대하는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향적 감정형(Fe)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성 권력과 사회적 위계질서를 인정하고 그 틀 안에서 정해진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는 기본 태도가 눈에 띄고, 직장 선배들에게도 싹싹하게 굴면서 '항상 열심히 하겠다, 언제든 돕게 해 달라'는 식의 말을 대놓고 하는 모습 등, 사회 속 역할놀이에 진심인(최소한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병무.
국과수에서 DNA 검사 결과를 받아 들고 무천마을로 돌아오는 노팀장(고준)을 병무가 미행한다. 십 년 전 사건에 자신의 연루 사실을 폭로할 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는 상황. 공개되면 인생 종 치는 절체절명의 위기.
그동안 어른들 말씀 잘 들으며 둥글둥글 살아온 소시민 병무가 처음으로 이빨을 드러낸다. 차로 노 팀장의 차량을 들이받아 버리는 양병무. 계획 없이 어설프게 단행하긴 했지만 어쨌든... 질러버렸다.
결과적으로 이는 근시안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병무 성격에 관한 두 가지 힌트를 읽어낼 수 있다. 첫째, 극도의 초조함 속에서도 그가 힘의 판세를 정확히 읽었다는 사실 (결정적 증거인 DNA검사지만 없애면 다가올 운명을 늦출 수 있다는 것. 즉 지금 이 순간이 '초크 포인트'라는 판단력), 둘째, 장기적 유불리를 따지며 타이밍을 놓치기보다 앞뒤 안 재고 일단 내질렀다는 점.
캐릭터의 현실 감각, 판세 읽기, 그리고 충동에 눈이 갔던 장면이다. 하지만 신속한 대응이 인상적이긴 했어도(Se), 결과적으로 죄목이 추가되고 상황이 더 불리해졌으니 그의 리스크 판단엔 에러가 있는 걸로...
모든 정황들을 종합할 때, 양병무의 성격 유형은 엔프제 ENFJ로 본다 [Fe-Ni-Se-Ti].
그런데 앞서 말했듯, 양병무가 현실 감각/판세 읽기/야수성 모두를 지녔다면 그를 ESTP로 볼 여지도 있지 않을까? ENFJ와 ESTP는 네 기능 모두를 공유한다. 병무가 ESTP일 가능성은 없는 걸까?
ENFJ [Fe-Ni-Se-Ti]
ESTP [Se-Ti-Fe-Ni]
(1) '인상'의 측면
Se 1번 유형들은 느긋하고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이다. 자신의 감각을 신뢰해 상황을 끝까지 지켜보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양병무는 상황을 속단하는 쪽에 가깝다 (판단이 빠르다는 건 고정관념이 확고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Se 1번 유형이라기엔 다소 성마른 느낌. 게다가 Se 특유의 자유분방함, 꽉 짜인 틀을 싫어하는 면도 관찰되지 않는다.
(2) 양병무의 마음속 대전제
무엇보다 그를 ENFJ로 보는데 결정적이었던 씬은 아래의 장면이다.
-[8화] 취조실 씬. 노팀장의 차를 들이받은 후 취조실로 끌려온 병무-
묵비권을 행사하던 그가 갑자기 자기 사연을 털어놓으며 노상철의 감정에 호소한다.
팀장님, 저요... 경찰공무원 시험 보려고 노량진에서 매일매일 컵밥이랑 김밥으로만 버텼어요.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요.
저 그날 이후로 하루에 6시간 이상 자 본 적 없고요.
진급시험 준비도 착실히 하고요. 퇴근하고 매일매일
운동도 하고. 진짜 형사가 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세요?
요점은 <내가 경찰이 되려고 얼마나 희생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의 (사회적) 착함[Fe]을 몰라주느냐> 쯤 되겠다. 차를 들이받은 건 빼박 팩트니 그걸 부인하진 못하고, 대신 "나 착하다"면서 미주알고주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나쁜 짓을 했지만 반대로 착한 행동도 많이 했으니깐 죄를 탕감해 달라는 논리다.
일종의 (도덕적) 교환 감각이라 할까? 이 부분에서 나는 외향적 감정형(Fe)의 상부상조 논리가 숨 쉬고 있음을 본다.
병무는 결손 가정에서 자랐고, 유약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면서 인간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ENFJ라는 판단을 유지한다. 기본적으로 공동체의 틀 안에서 제 역할을 하고 싶어 하고, 그 안에서 보란 듯이 살아가고 싶어 하는 그의 기본 열망이 무척 친사회적(친공동체적)으로 느껴진다.
포인트: 모두가 인정한 사실이라면 의심 없이 수용 - 독자적 탐구 의지 약함 (열등 Ti)
극 초반, 병무는 하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한다. 사건에 호기심을 갖게 된 하설이 사람의 상완골을 주워오자 그에
대한 조사를 도와주면서 환심을 사려한다. 그 뼈가 심보영의 유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 급기야 노상철 팀장이 대놓고 '사건에 관련된 거 아니냐'라고 묻는데도 병무는 "10년 전에 천수마을 싹 수색해서 그럴 리 없다"라며 자신 있게 손사래 친다.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는 입장에서 증거물일지도 모르는 뼈의 출현에 이렇게까지 긴장감이 없다? 그는 ‘사회적으로 확립된(공인된) 사실’에 대해 전혀 의심을 품지 못하는 것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독립적 조사를 기꺼이 단념할 수 있는 태도-는 확실히 내향적 사고(Ti)와는 거리가 있다. 이런 '컨센서스에 대한 순진한 믿음'은 Fe의 특성에 가깝다고 본다. 모두의 승인(Fe)은 진리에 대한 가장 공신력 있는 담보물인 것. 이런 점으로 볼 때 병무는 Ti를 열등기능으로 갖는 ENFJ에 가까워 보인다 (ESTP만 해도 내향적 사고(Ti)를 2번 기능으로 갖기에 훨씬 분석적이다).
** Fe-Ti의 차이는 지적 역량에 있지 않다. 오히려 차이는 <지식 획득의 방법론>에서 발생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Ti가 기능 위계의 아래쪽에 위치한다고 본다면, 병무가 INTP나 ISTP일 확률은 급격히 낮아진다. 덧붙여, (내가) INTP유형으로 추정 중인 하설을 향한 병무의 끌림도 잘 설명이 된다. 병무에게 하설은 자기 열등기능을 체화하고 있는 여성으로서 선망의 대상!
양병무는 ENFJ 타입이지만, 부기능인 내향적 직관(Ni)의 발달이 미진하여 주기능의 편향(extroversion)을 보완해주지 못한다. 양병무의 의식은 '바깥'에 과잉 경도된 상태로 외부의 ‘물질(Se)'과 ‘지위(Fe)'에 마음이 쉽사리 흔들린다. 내적 중심이 약해 외부 자극에 쉽게 휘둘리는 인물.
내 현실이 싫고, 바깥의 좋은 것들이 다 부러운(Fe-Se) 남자,
내면(Ni)이 약한 남자,
자기연민으로 비뚤어진, 샘 많은 ENFJ.
양병무에 대한 분석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