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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막무침 Jul 07. 2021

#3. 노숙자와 고양이

#3. 노숙자와 고양이


'저 ㅈ같은 고양이 새끼들을 다 죽여버려야 하는데...


 공원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2년쯤 되어가는 그는 생각했다. 구걸 판을 깔아놓고 앉아있는 자신의 옆에서, 상냥해 보이는 커플이 주는 츄르를 맛있게 핥고 있는 고양이를 보자니 가슴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 자신과 눈이 마주쳤지만 애써 그것을 무시하며 고양이에게 집중하는 커플보다,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시건방진 포즈로 츄르를 핥아먹는 저 고양이가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노동 없이 밥 벌어먹는 쓸모없는 고양이 놈들...'


교수라고 불리는 왕초에게 찍혀버린 작년 이후, 무료급식소는 근처도 얼씬거리지 못하고 공원에서 혼자 구걸을 하며 하루하루 연명하던 그에게 어느 날부터 나타나 노동없이 밥을 얻어먹는 고양이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자신이 오늘 하루 종일 고양이보다 더 고양이 같은 고양이 자세로 납작 엎드려 벌어들인 돈은 2,650원. 저 고양이가 아무런 노력 없이 핥고 있는 츄르조차 사지 못하는 금액이다. 그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고양이의 츄르 먹는 모습을 지켜본 지 몇 분. 건방진 고양이는 배가 찬 듯 무심하게 뒤돌아가고, 상냥해 보이는 커플은 끝끝내 그를 무시한 채 츄르를 버리고 지나갔다.


멍하니 앉아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쓰레기통으로 다가간 그는, 손을 깊숙이 집어넣어 츄르를 건져올린 뒤 쪽 빨아본다. 헛구역질이 나는 불로소득의 맛이었다. 한번 빨고 구역질 한번, 또 다시 한 번 빨고 구역질 한번.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무언가를 꾹꾹 누르며 남은 츄르를 모두 삼켰다. 헛구역질로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풀숲으로 들어가 몸을 숨긴다.


...


"야옹"

"야옹" 


...


"야옹"


풀숲에서 고양이 소리가 난지 수십 분. 지나가던 한 학생이 관심을 보이고 쪼그려 앉아 우쭈쭈하며 손을 내밀었다. 다시 한번 "야옹" 그 학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서둘러 어딘가로 뛰어가 고양이 통조림을 사 왔다. 통조림을 깐 뒤 바닥에 내려놓고 가쁜 숨을 내쉬며 들뜬 얼굴로 반응을 기다린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학생은 손을 뻗어 풀숲을 헤쳐보고, 몸을 숨긴 채 엎드려있던 그를 발견했다.


"야옹"


소스라치게 놀란 학생은 뒷걸음질 치다 넘어지길 몇 번 반복하더니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갔다. 풀숲에 엎드려있던 그는 바닥에 있는 통조림을 낚아챈 뒤 게걸스럽게 입술을 처박고 먹기 시작했다. 역시 헛구역질이 나는 불로소득의 맛이었다. 구역질은 이내 구토로 바뀌었고, 그는 몸속의 모든 것을 게워내듯이 소리를 지르며 토사물을 쏟아냈다. 그러기를 몇 분, 구토로 인해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는 터덜터덜 공원을 빠져나간다.


그 뒤로 고양이 흉내를 내는 이상한 사람을 본 사람은 없었다. 다만, 꼬리가 없는 거대한 고양이를 보았다거나, 박스 더미 속에서 나는 고양이 소리에 우쭈쭈 하며 간식을 내밀었더니 새까만 털이 뒤덮인 큰 손이 간식을 낚아채갔다든지 하는 확인할 수 없는 도시괴담이 떠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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