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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Feb 27. 2024

최고의 콘텐츠 마케터, 뱅크시

콘텐츠를 넘어 콘텍스트까지 

NGO에서 일하다 보면 밖에서는 모르는 상황을 마주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긴급구호”다. 긴급구호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최악의 상황이며 동시에 말 그대로 긴급하게 후원마케팅을 펼쳐 모금을 이루고 재난 지역에 필요한 물품과 구호활동을 즉각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긴급 상황이다. 최근 몇 년 간의 긴급구호를 돌이켜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파키스탄 홍수, 가자지구 분쟁, 이 외에도 네팔 지진, 수단 내전 등 등, 거의 매일 이 지구는 긴급구호가 필요한 행성이었다. 

긴급구호 마케팅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한 방”은 사진, 특히 절박한 상황에 놓인 어린이 사진이다. 물론 누군가의 눈에는 너무 심하다 할 수도 있고 굳이 이렇게까지 노출을 감행해야 하는지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진만이 가슴팍을 울려 머리를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아프다. 그런 즈음에 눈길을 멎게 하는 사진, 정확히는 그래픽을 발견했다. 익숙한 그림풍,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한동안 잊고 지낸 아티스트 뱅크시(Banksy)였다. 

1974년생으로 알려진 뱅크시(Banksy)는 얼굴이 알려진 않은 채로 활동하며 사회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영국의 그래피티스 트다. 대표작으로 <풍선과 소녀>, <꽃을 던지는 사람> 등이 있는데 특히 소더비 경매를 통해 공개와 동시에 낙찰(한화로 약 15억 원), 파쇄라는 황당한 퍼포먼스로 선보인 <풍선과 소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다시금 받게 됐다. 

뱅크시를 다시금 소환하게 된 그림은 가자지구 폐허 속에 그려진 벽화 형태의 고양이 그림이다. 얼핏 보면 철거 지역에 그려진 평범한 그림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묵직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뱅크시를 포함해 길거리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STREET ART UTOPIA” 사이트는 이렇게 설명을 달고 있다. “거친 털과 호기심을 띈 큰 눈의 새끼 고양이는 혼돈 속에서도 회복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새끼 고양이가 "나한테는 목숨이 아홉 개인데, 이 돌무더기조차도 나를 밟을 수 없어!" 하지만 주변의 폐허는 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도시에 대한 더 깊고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다.”라고.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황폐해진 가자의 어느 한 마을에 즐거움을 던져주면서도 폐허를 딛고 일어서려는 가자 지구 주민들의 생명력을 담아내고 있다. 서양 문화권에서 전해지는 “고양이의 9개 생명”이 이를 대변하는데 놀라운 생명력과 회복력을 말한다. 뱅크시가 자주 담아내는 전쟁이나 폭력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건방져 보이기까지 하는 하지만 경쾌한 고양이를 활용해, 전혀 뜻밖의 이상한 장소 하지만 누군에게는 힘든 삶을 의지해야만 하는 장소에서 선보인 것이다. 현장을 극적으로 전달하는 사진 한 장에 못지않은 묵직함을 전해준다. 뱅크시는 이 작품과 관련해 어떤 광고 카피 이상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한 현지 남성이 다가와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죠?'라고 물었다. 나는 파괴된 가자지구의 현실을 강조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 웹사이트에 사진을 올렸지만,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새끼 고양이 사진만 본다.”라고 


또 다른 사진 하나를 소개한다. 역시 가자 지구 폐허 속에 마치 이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철문에 그려진 그림인데 주의 깊게 보니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연상된다. 하지만 로뎅 작품에서 인물의 손이 사려 깊게 얼굴을 받치고 있었다면 이 그림은 절망에 빠져 얼굴을 가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질 절박한 상황을 묘사하지 않았나 싶다. 더욱 힘 빠지게 하는 것은 이 그림들이 그려진 때가 2005년인데 지금 2024년 그곳의 상황은 여전히 아니 더욱 안 좋다는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뱅크시는 인류의 공통된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촉진하고,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런 그의 철학이 집대성된 공간이 있었다. "디즈말랜드(Dismaland)"다. 어딘가 익숙한 단어 조합 같아 보여 유추가 가능하다. 전 세계인이 아는 디즈니랜드(Disneyland)와 Dismal(음울한)의 합성어로 2015년에 8월부터 약 한 달간 영국의 소머셋에 만들어져 운영된 거리 미술 테마 공원이다. 디즈말랜드는 놀이공원의 모방이지만, 놀이공원의 행복한 분위기 대신에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와 무거운 주제가 담긴 작품들이 전시됐고 소비문화, 전쟁, 정치, 환경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다루며, 뱅크시의 특유한 유머와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뱅크시가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가 여전히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의 작품이 안 보이는 세상이 오면 좋겠지만 오늘 지구를 보면 힘들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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