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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Feb 26. 2024

잠자리에 1억 원을 쓰는 세상

인생 1/4을 잘 지내기 위한 잠자리 시장이 뜬다는데

언제부터 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OO계의 에르메스” 혹은 “OO계의 샤넬”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최근에는 요가복의 샤넬, 의자의 샤넬, 심지어 치약의 에르메스까지 들어 봤다. 물론 좋게 해석하자면 해당 분야에서 특히 독보적이고 혁신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높은 품질과 명성을 갖춘 브랜드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도 해당 제품들이 그만큼의 가치를 보여줄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약간만 각을 틀어 보면 이미 구매한 사람들이 자신의 구매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붙이거나 아예 브랜드가 노골적으로 심리적, 물리적 장벽을 만들려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더불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현상인지 모르지만 연예인 누가 쓰는 OO, 누구도 선택한 OOO 등의 이야기들이 SNS와 언론을 통해 전해온다. 그 누구는 물론 돈 많은, 누구나 아는 셀럽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상도 Certification이고 Halo 효과로 봐야 할까? 물론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이 추천한 그 책, 대통령이 다녀간 설렁탕집 등 등, 사실 많이 익숙하다. 

작년인가 위의 두 사례가 아주 잘 버무려진 제품과 사례를 만났다. 스웨덴이 자랑하는 175년 전통의 하이엔드 침대 브랜드 해스텐스(Hästens)다. 물론 당연히 셀럽이 함께한다. 아이유와 제니. 대한민국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세계인들이 아는 셀럽이다. 카피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아이유와 제니가 선택한 매트리스계의 롤스로이스, 해스텐스.” 오호, 이제는 롤스로이스다. 

처음 이 기사를 봤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가격-물론 1억 원에서 5억 원 대라는 친절한 설명이 있긴 했지만-이었고 두 번 째는 판매량이었다. 판매처를 검색해 봤더니 10곳이 넘는 대한민국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었고 전혀 능력은 안 되지만 호기심에 모 백화점 매장에 가 파란색 체크무늬가 있는 침대를 영접했다. 그런데 너무 평범했다.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전시 품목은 1억 원 대, 엔트리급이란다. 예의 상 누워 보라 해서 누워 봤는데 역시나 별 감흥이 없다. 싸구려 몸뚱이 탓을 할 수밖에. 판매량도 물어봤는데 잘 팔리고 늘 대기란다. 없어 못 판다는 이야기다.  

                                     해스텐스의 대표 제품 ‘2000T’. 사진 해스텐스

처음 이 기사를 봤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가격-물론 1억 원에서 5억 원 대라는 친절한 설명이 있긴 했지만-이었고 두 번 째는 판매량이었다. 판매처를 검색해 봤더니 10곳이 넘는 대한민국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었고 전혀 능력은 안 되지만 호기심에 모 백화점 매장에 가 파란색 체크무늬가 있는 침대를 영접했다. 그런데 너무 평범했다.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전시 품목은 1억 원 대, 엔트리급이란다. 예의 상 누워 보라 해서 누워 봤는데 역시나 별 감흥이 없다. 싸구려 몸뚱이 탓을 할 수밖에. 판매량도 물어봤는데 잘 팔리고 늘 대기란다. 없어 못 판다는 이야기다.  

사람은 태어나 얼마까지는 16시간을 수면하고 성인인 되면 7시간, 50대 언저리부터는 6시간으로 준다고 합니다. 어쨌든 하루의 1/4 이상을 잠을 자는데 할당한다. 그 1/4이 누군가에게는 꿀잠이고 누군가에게는 토막잠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사람은 충분한 수면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몸과 정신을 회복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잠을 통해 뇌는 기억을 정리하고 학습을 강화하는 등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함으로써 정신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여전히 잠을 잘 자는 것은 중요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이 사실이 더욱 공해졌는데 특히, 슬립테크, 슬리포노믹스 (sleep + economics) 등의 단어들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의하면 2011년 48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수면 관련 시장 규모가 2022년 기준 3조 원 규모로 증가했다. 경재학이 거론될 만한 엄청난 수준이다. 이 엄청난 수면경제학의 한가운데 매트리스가 존재한다. 물론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수면을 유도하는 제품의 등장도 한몫을 차지한다. 

그런데 잠이 일생의 1/4을 차지하고 아무리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과연 매트리스에 1억 원을 소비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물론 극한의 불면증에 시달려 본 사람은 누구보다도 잠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여력이 된다면 속된 말로 지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여력이 대한민국 인구의 소수점 몇 자리 이하만 해당되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가치 소비라는 단어로 치환할 수도 있고 없는 자들의 “신 포도”가 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의문이다.   

나 역시도 오랜 기간 써온 매트리스 교체를 위해 나름 내 기준으로는 고가의 매트리스를 구매하려 정말 10군데 이상의 브랜드와 매장을 접해 봤다. 심지어 어느 외국 브랜드 매트리스 매장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최종 4개의 매트리스를 선정해 주고 최후의 1인을 고르는 경험도 제공했다. 물론 최종 결정은 아내가 하는 거지만 최종 선택된 제품은 역시나 달랐다. 매트리스의 경도, 높이, 재질, 가격 등을 알게 되면 더욱 복잡해진다. 여기에 브랜드까지 가세하면 다시 원위치다. 침대는 과학이지만 내 결정은 과학이 아닌 것이다. 결과는 두 사람의 의견을 억지로 절충하고 가격을 맞춰 낙점 아닌 낙점을 행사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집에 설치 후 하룻밤을 지낸 아내가 자기한테 안 맞는다는 것이다. 딱딱하고 감싸주는 맛이 없단다. 결국 매트리스도 개인의 취향이고 변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살아온 경험과 최근의 다양한 제품을 만나본 나의 결론은 침대의 가격이 수면 품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친환경적이고 야자수, 말총을 사용하고 수제품이고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인 침대가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 그 다름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며칠 자 볼 기회도 없으니. 매트리스의 품질은 가격만큼이나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하고 싶다. 

먼저 가격을 떠나 나만의 편안함을 주는가이다. 내 몸을 지지하고 압력을 분산시키는 침대는 편안한 수면을 촉진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재질, 쿠션의 품질이 큰 영향을 미친다. 추상적이라 말해도 어쩔 수 없다. 다음은 누워 자주 취하는 수면 자세를 취해보면 알 수 있는 지지력이다.  침대는 몸을 지지하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하는데 부실한 지지력은 척추나 관절에 부담을 주고 수면 품질을 저하를 일으킨다. 하나 더 꼽자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움직임 흡수다. 아내의 움직임으로 인한 파장을 흡수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4대 명품 매트리스가 이 보든 걸 해결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물론 내가 모는 차가 롤스로이스라면 고려해 볼 수는 있겠지만, 내 몸에 맞고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그리고 교체를 쉽게 고려할 수 있는 매트리스를 선택하겠다. 

미국의 사업가라고 알려진 코스만은 이런 말을 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건너가는 가장 좋은 다리는 밤에 단잠을 자는 것이다.”라고. 그 단잠이 꼭 1억이 있어야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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