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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Feb 28. 2024

남자는 자기 나이만큼의 Blue Shirts를 갖는다.

하프타임 랩소디 #3 Blue Shirts

하프타임 랩소디 #3 Blue Shirt

Joni Mitchell이라는 캐나다 가수를 정말 좋아해서 CD와 디지털 파일로 전 앨범을 갖고 있다. 그중에 1971년에 발표한 “Blue”라는 곡을 자주 듣는다. 앨범 타이틀도 “Blue”인데, 전체적으로 음울한 분위기이지만    그녀만의 청아한 목소리는 금세 노래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음악을 들으며 옷장을 연다. 옷장 속에는 나만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오래됐지만 버리지 못하는 옷들에 담긴 추억, 새로 산 옷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특별히 나갈 일도, 출근할 일도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옷을 바꿔 입어 보며 나만의 런웨이를 연출해 본다. 나이가 들어도 옷은 좋고 사도 또 뭔가 부족해 보인다. 


그중에서도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또 사고 싶은 아이템이 Blue shirt다. 푸른색 셔츠 혹은 파란색 셔츠가 주는 어감과 Blue shirts가 주는 어감은 왠지 다르다. 남자는 자기 나이만큼의 Blue Shirts를 갖는 것 같다. 물론 50살이라고 50벌의 셔츠를 지금 갖고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옷장 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셔츠를 바닥에 펼쳐 놓으면 자연스럽게 Blue의 그러데이션이 만들어진다. 


다른 색도 그렇지만 Blue는 정말 다양하다. 내가 아는 블루만 해도 스카이블루(Sky Blue), 다크블루(Dark Blue), 네이비블루(Navy Blue), 코발트블루(Cobalt Blue), 터쿼이즈블루(Turquoise Blue), 아쿠아 블루(Aquamarine Blue), 코럴블루 (Coral Blue), 인디고블루 (Indigo Blue), 로열블루 (Royal Blue) 등인데, 아마도 더 있을 거다. 물론 육안으로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다. 셔츠도 이 색들을 담고 있다. 


남자 셔츠 디자인이 시대에 따라 유행을 많이 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푸른색 셔츠가 왜 이리 많아졌을까? 내 경우에 흰색 셔츠보다 많다. 아마도 편안함과 익숙함에서 오지 않았을까 한다. 살면서 주변 혹은 자연에서 가장 자주 발견하는 색이 푸른색이다. 하늘의 푸른색, 바다의 푸른 물, 심지어 우리의 행복한 기억 중에도 푸른 풍경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푸른색은 많은 이에게 평온함과 안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계절에 맞춰, TPO에 맞춰 코디하기도 흰색 셔츠보다 오히려 쉽다.  


남자가 자신의 나이만큼의 Blue Shirts를 갖는다는 것은 얼굴의 주름과 같이, 살아온 인생의 나이테를 말하는 것 같다. 한 벌 한 벌마다 그 시절의 이야기-면접, 승진, 선물, 멋 내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느 날은 그 셔츠를 직접 다렸을 거고 그 셔츠를 입고 거울을 보며 “자뻑”에 빠졌을 수도 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일 년에 한 번도 입지 않는 셔츠로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담겨 있어 차마 의류수거함에 덥석 버리지 못한다. 


또 다른 Blue shirts의 장점은 말 그대로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자연의 색이 주는 안정과 조화를 반영하고 그것을 내 삶에 들여 입는 것이다. 어쩌면 단순하게 사는 삶을 추구하고 주어진 환경과 조화를 이루려는 것도 포함 되지 않나 싶다. 남자가 나이만큼의 푸른색 셔츠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의 삶이 단순할 수 있지만 아름답게 살아왔음을 보여주는 작은 신호일 수도 있다. 단순함과 조화를 추구한다고 할까. 이런 단순한 선택은 복잡한 것들을 추구하거나 외부의 인정을 바라는 데서 멀어지도록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때로는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 속에 최대한 가까이에 있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Blue Shirt에는 나이가 없다. 대학생도, 취준생도, 꼰대 부장님도, 대통령도 누구나 입을 수 있다. 물론 특별한 정치색을 담고 있지는 않다. All the time best도 되고 올디스벗구디스(Oldies but Goodies)되는 만능 아이템이고 치트키다. 


내일 아침 입을 Blue shirt를 꺼내고 혼자 만의 룩북을 만든다. 카키색 바지와 매칭해 클래식룩을 시도할까? 청바지와 매칭해 캐주얼룩을 해볼까? 신발도 불러온다. 로퍼가 좋을까? 스니커즈가 좋을까? 아니면 오랜만에 풀드레스업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쨌든 Blue shirt는 기분 좋은 아이템이다. 70살 생일에는 어떤 Blue Shirt를 입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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