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t Mar 04. 2024

도파민 너 뭐니?

Short, Speed Strong만이 답은 아니다.

도파민은 행복감, 즐거움, 쾌락 등을 주관하는 의사들이나 사용할 법한 이 단어가 요즘 거의 생활어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자주 사용되던 아드레날린, 엔도르핀 등에 견줄만한 유행이다. 특히 MZ들을 중심으로 도파민은 ‘재밌다’, ‘자극적이다’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는데 토종 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도파민의 언급량이 3년 전 대비 약 32배 이상 증가했다는데 그 유행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연관 검색어로 “도파민 중독”이 대표적인데 그렇다고 마약이나 도박에 붙는 “중독”과는 차원이 많이 다르게 사용된다. 언제부터 도파민, 도파민중독이 우리 입에 붙었을까?   

 

셀럽, 숏폼, MZ들의 성향이 다 함께 맞물려 도파민 유행이 발생했는데 개인적으로 그 시작은 지코의 “아무 노래챌린지”가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당시에는 ‘핵인싸’, ‘패러디’, ‘커버’, ‘챌린지’가 키워드였고 도파민이 언급될 시점은 아니었지만. 지코의 영상은 2020년 당시 뷰 수가 8억 회를 기록했고 틱톡은 국내 사용자의 대대적 유입을 맛보았고 이후, 릴스, 쇼츠의 등장도 이끈 결과가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대한민국 사람들은 “Short-form”이라는 콘텐츠 포맷에 맛을 들이게 된다. 무슨 매력이 있기에 중독이라는 말까지 붙을까? 


우선 “간편한 소비”를 추구하는 사용자의 needs에 맞는다. 짧은 동영상 형식의 숏폼 콘텐츠는 시간제한으로 60초 이내(일반적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다. 사용자는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빠르게 여러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 숏폼은 생산주기, 시청시간, 유행주기 등 모든 걸 짧게 만든다. 

더욱 숏폼을 갈구하게 만드는 요인은 보상이 즉각적으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보상 바로 도파민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숏폼 콘텐츠는 간결하고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사용자에게 시각적 즐거움에 더해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고 즐거움을 준다. 이 즐거움이 지속되도록 또 다른 다양한 콘텐츠로 이동한다. 심지어 알고리즘을 통해 취향저격 숏폼을 추천하고 보여준다. 시간 죽이기에 이만한 게 있을까? 돈도 안 들고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편한 소비를 할 수 있다. 편하다는 것은 큰 생각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결국 뇌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중독의 시작이다. 


여기서 요한 하리의 책 <도둑맞은 집중력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이 왜 숏폼만큼 유행하는지 알 수 있다. 숏폼을 만나기 이전부터 현대인들은 디지털 환경에 노출됐고 그러면서 집중력이 감소되고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좋아하고 찾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숏폼을 만나니 집중력을 발휘할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드는 것이다.  짧은 영상이 짧은 소비, 짧은 집중력으로 점점 더 파급을 미치는 것이다. 콘텐츠 생산자도 소비자도 긴 생각을 원하지 않는 시대가 돼버렸다. 얼마 전 인기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여배우가 이런 상황과 도파민 중독을 아주 리얼하게 보여줬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나오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그녀에게 도파민중독자라고 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파민의 양면성이다. 기쁨과 보상을 체험하게 해 준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면서 중독의 이면에 있는 의존성, 지나친 몰입(숏폼 영상에만)으로 일상의 밸런스를 본인도 모르게 깨고 있다는 것이다. 양면성의 한 끝에 ‘디지털 단식”, ‘디지털 디톡스”라는 용어도 출현했다. 24시간 붙어 지내는 스마트폰, 몰아보기를 유도하는 OTT에서 잠시마나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격리시켜 과다 정보 유입의 파도를 조금 비켜나서 심신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진짜 재미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블루도어북스 - 한겨레신문 제공 

최근 들어 다양한 연령층에서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노력들이 추천된다. 자극적 재미를 너무 추구해 온 스스로에게 심신의 보상과 함께 긍정적인 새로운 재미도 제공하는 것인데 대표적으로 “몰입하는 독서”다. 심지어 책을 읽기 위해 유료 서점에 가는 것인데 이태원에 위치한 “블루도어북스”가 대표적이다. 내부 조명, 서점 특유의 향을 발산하며 오롯이 독서에만 몰입하게 하는데 입장료가 만만치 않음에도 몰입을 원하는 MZ들의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물론 주변에 책 일기 좋은 도서관들이 많이 있지만 디톡스마저도 다름을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다. 

도파민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니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기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해독”을 한다면 또 다른 도파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2000년 대 초반에 전국적 유행을 일으킨 통신사 광고다 떠오른다. 당시 대나무숲을 걷는 스님과 한석규 위로 자막이 지나간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코드쿤스트 이밎 : MBC 제공



작가의 이전글 하프타임랩소디 #3-바이올리니스트의 남편으로 살아남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