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t Mar 07. 2024

타나카타츠야가 보여주는 색다른 세계관

"MITATE MIND" 전시회를 보고

“세계관” 혹은 “유니버스”라는 단어는 마블과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성공과 더불어 일상 용어가 되며 드라마, 게임 등의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브랜드마케팅,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이런 트렌드에 더해질 새로운 세계관 하나를 만났다. 일상 속 사물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한 미니어처 아티스트 타나카타츠야(Tanaka Tatsuya)의 전시회를 다녀왔다. 


7개 섹션-Home, Form, Color, Motion, Scale, Life, World-으로 나뉘어 전시된 20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은 미니어처아트를 넘어 전혀 색다른 몰입감과 공감을 제공했다. 눈길 끈 작품들이 많았지만 개별 작품 소개보다 오히려 그의 철학, 세계관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전시회 타이틀 <MINIATURE LIFE – MITATE MIND>가 먼저 궁금해진다. ' Mitate'는 일본어로 '흉내 내다, 모방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타나카타츠야의 작품에서는 일상 속 사물을 다른 사물이나 상황으로 모방하여 표현한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전시장에 비치된 리플릿 안에는 이렇게 소개돼 있다. “미타테마인드는 일본 고유의 미학적 개념으로 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다시 바라보는 마음을 의미합니다.”라고.


어릴 적, 일본 브랜드들이 전 세계를 주름잡던 시절, 우리는 일본을 “모방의 천재”, “경박단소의 상징”이라고 말했었다. 시샘과 부정적 인식이 혼재된 표현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타나카타츠야의 모방과 경박단소는 전혀 다른 철학과 접근을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 익숙한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우선 미니어처가 단지 사이즈나 스케일의 작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작품 모두가 창의성을 기반으로 스토리텔링을 담고 독립된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한다. 작가의 미니어처는 실제 사물을 작게 축소하여 만들어진 물성을 넘어 새로운 시각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모방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작품은 일상 속 사물을 다른 사물이나 상황으로 표현해 사물의 본래 용도와 기능을 벗어나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한다.

또한 세계관 구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스토리텔링이 정말 잘 구현되고 있다. 눈에서 시작해, 머리로 갔다, 마음에 정착하는 마치 단편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표현된 사물, 사람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까지 더해져 기존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공감을 자아내는 또 다른 그의 장점은 보고 나서 배시시 미소 짓게 하는 유머러스한 요소를 잘 녹여냈다는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고 작품 제목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국내 큐레이션에서 가미된 것일 수도 있지만 잘 다듬어진 유머 요소가 담긴 제목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상의 상상력을 방출한다. 

그를 공부하며 알게 된 일본어가 있는데-나는 일본어를 전혀 못한다-'미타테노 쿠미마테'라느 말로 일본어로 '見立ての組み立て'라고 쓰며, 우리말로는 '관점의 조립' 또는 '조립된 관점'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관점의 조립이라는 말이 그의 작품에 너무 잘 맞는다. 그리고 예술 작품으로 평가됨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직업적 시각으로 말한다면 그의 작품 하나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광고를 보는 듯하다. 아니 그보다 낫다.  

전시회 <Home> 섹션에 이런 말이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것으로 변환하는 재미”


매일 마주치는 사물, 사람들을 다시 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하프타임랩소디#4 – 나이와 향수가 뭔 상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