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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브랜딩, 쉽지 않다.

선택받는 NGO가 되기 위해

by jest

내가 속한 NGO의 리더들은 브랜드, 브랜딩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예산을 들여 캠페인을 하고 안 하고 차원을 넘어 “우리 브랜드는 여전히 강해. 굳이 뭔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무관심이 팽배해 있었다. 후원규모가 늘고 서베이 결과가 긍정적인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브랜드 가치, 신뢰도에 적신호가 들어옴을 이전부터 감지하고 있었다. 이런 불안감은 정기후원 탈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기인하는데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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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영역에서 “브랜드”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함의는 일반 기업과는 다른 면이 있다. 그중 가장 큰 항목이 “신뢰”다. 일반 기업이 서비스 혹은 제품의 질, 고객 만족 등의 요소가 브랜드 가치를 구현한다면 NGO는 “신뢰”, “투명성”이 가장 앞자리에 위치한다. 현 NGO 입사 전, 조직 내부 부정행위와 불투명한 후원금 사용이 알려지며 엄청난 후원자가 “실망”, “배신”을 느껴 후원 해지 쓰나미로 반응했다.

NGO 브랜딩의 기초는 신뢰도, 투명성임에도 해당 이슈 발생 시, 리더는 방어에 급급했고 후임 리더는 그나마 다행히 팩트 기반 대응으로 쓰나미를 잠재우기는 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브랜드 리커버리 플랜이 없었던 것이 지금의 브랜드 가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당시 국면 타개를 위해 굿즈를 전면에 내세운 리워드 기반의 후원상품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지금도 대부분 NGO가 실행하는 일정 금액 후원 시 제공하는 반지, 팔찌 등이 가망 후원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주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후원 확대를 위한 일시적 프로모션 성격이었다면 브랜드 가치와 연관 지어 큰 이슈가 없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리워드가 브랜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굿즈 제공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여전히 필요한 방안일 수 있다. 문제는 투명성, 신뢰, 브랜드가 추구하는 영향력과 효과를 대중들에게 호소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지속적 브랜딩 활동 없이 굿즈에 의존한 후원 유치는 사실 시작부터 한계가 보이는 마케팅이다. NGO의 활동과 영향력으로 대중에게 인지되고 인정받아 선택받는 브랜드가 아니라 반지 디자인이나 최소 후원금 대비 가성비로 선택하는 NGO에 대한 후원자의 충성도가 얼마나 될까? 2만 원, 3만 원으로 득템 한 반지 또는 팔찌의 가성비는 2-3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과연 그들에게 반지 이상의 지속적 후원 참여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각 NGO의 후원 담당자들이 모여 “너네 반지 이번에 잘 나왔더라”하는 대화가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조직의 리더가 바뀌면 으레 이 브랜드, 브랜딩을 말한다. 덧붙여 “차별화된 우리 만의 목소리”를 내야지라는 말도 꼭 덧붙인다. 브랜딩은 새로운 리더가 꼭 해야 할 말도 아니고 자판기에서 뽑아지는 음료수도 아니다. 그리고 당장 매출로 이어지지도 눈에 보이는 결과도 없다.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우리 만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인지시키고 공감을 얻어내는 긴 호흡으로 임하는 먼 여정이기 때문이다. 그 길고 어려운 여정을 참 쉽게 이야기한다.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대한민국에 삼성전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삼성전자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브랜드 가치도 전 세계 톱클래스에 든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만든 청소기를 그만큼의 사람들이 사지는 않는다, 대신에 삼성전자 주식을 산다. 선택받는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그럼에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삼성전자는 지난 수 십 년 간 브랜딩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브랜딩에 천문학적 금액을 쓰고 있다. 왜? 선택받기 위해서.

브랜드는 유기체다. 태어나 숨 쉬고 성장하고 나이가 든다. 심지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 하는 작업이 브랜딩이다. NGO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어려운 유기체다. 끊임없이 신뢰를 공고히 해야 하고 가치를 구체화해 보여줘야 하고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고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한정적 자원 내에서 효율적, 효과적으로 그 어느 기업보다 잘 해내야 한다. 그래야 존재의 이유, 후원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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