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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Mar 29. 2024

자크뮈스(Jacquemus)는 명품일까?

마케팅 천재 - 자크뮈스

전통과 역사를 지닌 명품 반열에 오른 브랜드도 아니고 딱히 내가 타깃도 아닌 브랜드가 관심을 끈다. 자크뮈스(Jacquemus). 2009년, 19살 어린 나이에 자신의 이름(Simon Porte Jacquemus)을 내건 브랜드를 론칭하며 불과 10여 년 만에 패션 트렌드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어린 시절 프로방스에 자라며 체화된 ‘낭만’과 ‘의외성’이 그의 성공에 발판이라고는 말하지만 디자인 실력 못지않게 사실 그는 영민한 마케팅 천재다. 사견을 더하자면 그는 최근 마케팅 영역에서 화두가 된 Experience marketing(경험 마케팅)을 패션과 접목해 그 효과를 극대화시킨 디자이너로 평가하고 싶다. 

전문적인 패션 디자인 교육도 비즈니스 경험도 없었던 자크뮈스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에서 트렌드, 브랜드 운영, 미학 등을 독학하다시피 배우며 디자인 감을 쌓아 올렸다. 이후 론칭 3년 만에 파리패션위크에 본인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물론 혹평도 많았지만, 주목할 것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아 만들어 낸 그만의 세계관과 그 안을 채우는 스토리텔링이었다. 한 편의 영화나 소설처럼 테마를 만들고 이야기를 펼쳐낼 주인공을 그리고 주인공의 일상을 반영한 듯, 컬렉션을 꾸몄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스토리’다. 자크뮈스 브랜드가 다르게 보이는 것은 전통적 패션하우스가 걷는 길이 아닌 것들로만 구성해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고 ‘컬트’로까지 성장시키고 심지어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다른 것들에 공통적으로 녹아져 있는 것이 바로 “경험”이다. 앞서의 스토리텔링도 자기 만의 유년 시절 경험과 추억이 녹아져 있는 것이지만 자크뮈스의 경험은 이미 경계를 넘어섰다. 자크뮈스만의 브랜딩이 펼쳐지는 것이다. 

자크뮈스 성수 팝업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공식 매장 없이 기발한 팝업과 캠페인으로 추종자를 양산해 내는 것이다. 최근 국내 마케팅 필드에서 팝업의 역할과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성수동은 팝업의 성지이면서 브랜드 간의 전쟁터다. 이곳에 자크뮈스의 팝업이 열린 적 있다. 자크뮈스를 상징하는 백 디자인에 유머를 가미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매장을 만들어 제품을 알림과 동시에 판매도 진행했다. 팝업은 물리적으로 오프라인에 위치하지만 그것의 진가는 SNS,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자크뮈스 본인이 인스타그램 마케터 역할을 자임한다.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하루 180만 눈도장, 라벤더밭 그 쇼. 인스타그램에서 귀엽게 보이면 팔립니다.” 타 브랜드 대비 젊은 디자이너의 빠름, 재기 발랄, 크리에이티브를 말해준다.  

온라인의 경험을 오프라인 팝업으로, 오프라인 팝업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전하며 말 그대로 옴니마케팅을 전개하며 자크뮈스 브랜드가 전하려는 가치를 언제 어디서든 경험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그의 마케팅과 디자인이 결합된 결과는 전 세계 MZ 및 다른 세대에도 열광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2025년 5억 유로 매출 목표로 이어진다.    

자크뮈스가 추구하는 팝업월드는 여기에서 더 확장한다. 최근 모든 브랜드가 추구하는 “체험형 라이프스타일”을 적극 도입해 타깃이 누리고 싶은 특히,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를 모티브 삼아 시리즈 팝업을 선보인 것이다. 구매를 넘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한 그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싶은 타깃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소재는 ‘지중해’. 전 세계 누구나 동경하는 포르토피노, 코모 호수 등의 여행지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동경이 현실이 되는 경험을 하게 한 것이다. 

명품 브랜드 기준이 사실 정확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와 전통. 가격, 희소성 등으로 본다면 자크뮈스를

 명품 브랜드 반열에 올리기는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렇다고 자크뮈스가 가격 면에서 저렴하거나 합리적이라 말하긴 쉽지 않다. 진입 장벽은 존재한다. 


하지만 자크뮈스는 트렌드리더들의 두터운 지지를 기반으로 마음속 럭셔리 브랜드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질 만하다. 훌륭한 디자이너가 마케팅 감각마저 가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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