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50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인터넷을 업무에 활용한 첫 세대이고 고가의 ‘핸드폰’을 무리해 가며 장만해 사용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후 디지털의 진화에 발맞춰 직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생활에서는 편의를 위해 디지털을 자의 반 타의 반 수용해야만 했던 장기적 관점의 Early Adaptor였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자세로 버텨왔지만 슬슬 한계가 옮을 느낀다. 날 때부터 디지털 세대였던 친구들이 팀원으로 오며 그들과 소통을 위해, 업무를 위해 맞춰가는 게 힘에 부친다. 짬을 내 국민연금 수령액이 얼마나 될지를 계산하기 위해 앱을 다운로드하여 플로우를 따라 예상 수령액을 알아보는 것도 힘들다. 나름 안다고 자부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문맹”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서울시 50 플러스재단)
개인적으로 20세기의 끄트머리에 광고대행사를 떠나 당시에는 생소했던 웹에이전시에서 인터넷 세상으로 진입했다. 당시는 회사 이름에 “웹” 혹은 “인터넷”만 붙여도 매출이 일어나는 그런 시기였고 벤처 열풍이 일던 때다. 덕분에 나름 동년배들보다는 인터넷 혹은 디지털을 아주 빨리 접했고 그 이후로도 꽤 오랜동안 디지털 영역에서만큼은 ‘아는 게 많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팀원들에게도, 아내에게도.
하지만 너무도 빨리 변해가는 디지털 주도 환경을 보면서 이런 자부심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있었다. 시작은 선배의 “디지털 서러움”에서 비롯됐다. 아직도 알고 싶고 보고 싶은 게 많은 선배는 스마트폰 의지도가 높은 사람인데 점점 접근과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더 나아가 나이 듦을 느끼게 됐고 서러움으로 발전된 것이다.
업무 상,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용어가 익숙하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평가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디지털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있어 디지털 리터러시는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 초기 직업으로서 디지털을 활용했다면 이제는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디지털에 뒤지면 “뒤지털”이 될 수밖에 없는 세상
서럽다고 물러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러서면 정보도, 은행도, 쇼핑도, 소통도, 업무도 모두 할 수 없게 된다. 삶의 만족 지수가 나락으로 떨어진다. 뒤지털 세대가 될 수는 없다.
먼저 거창하지만 디지털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 마케터만 트렌드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뭐가 생활에, 업무에 도움이 되는 기기이고 앱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게 뭔가를 알았다면 써봐야 한다. 듣지만 말고 다운로드하고, 써보고, 구매해 보고 리뷰도 남기고 그렇게 나만의 디지털 리터러시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주변에 물어볼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서러움이 몰려올 수도 있다. 차라리 자습한다는 기분으로 검색을 통해 내 방식 대로 공부하는 걸 권하고 싶다.
더불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익숙해지려면 구매해야 한다. 유행이라고 무조건 “있어 빌리티”를 위해 사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거라 판단되는 기기를 구매해 디지털 기술을 경험하고,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을 향상하자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오프라인 경계 없이 디지털 환경이다. 적응을 하다 보면 디지털 활용 능력도 강화된다. 적응과 활용이 어렵다면 유튜브와 친해지자. 알고리즘에 얽혀 쓸데없는 콘텐츠 보는데 시간 쓰지 말고 적합한 키워드를 활용해 검색 결과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것이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업무를 수행하고, 생활 편의를 누릴 수 있다.
유용한 앱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대마다 사람마다 다른 수요가 있지만 그들을 아우르는 앱이 많다. 굳이 유려 앱일 필요는 없지만 유용한 앱을 골라 리뷰를 보고 설치해 자주 사용해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 가입이나 좋아하는 블로그를 구독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디지털 기반으로 소통하며 정보를 얻고 같은 눈높이에서 묻고 답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50대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후 얼마를 더 살든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