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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Feb 19. 2024

범고래의 미스터리

나이키 덩크로우 그렇게 많이 만드는데 리셀이 되는 이유 

나이키가 명품은 아니다. 하지만 나이키는 그 어떤 명품 브랜드도 갖지 못한 두 가지를 갖고 있다. 하나는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팬덤이다. 이런 문화와 팬덤은 1972년 코르테즈를 시장에 출시한 이후 50여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열정과 혁신으로 대변되는 역사와 유산, 마이클 조던으로 대변되는 스타 마케팅, 스포츠 브랜드를 넘어서 전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아 온 광고 마케팅, 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해 구축되고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새로운 운동화가 출시될 때마다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오픈런, 리셀 등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나이키 만의 문화를 만들며 세대를 넘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이런 전 세계적인 “나이키 사랑”에 획을 추가한 제품이 있는데 덩크로우라는 제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범고래로 불리기도 하고 재판매가 잦아 “또고래”라고까지 불립니다. 사실 이 제품의 기원은 1985년 시작된 ‘나이키 컬리지 컬러’ 프로젝트로 당시 캠페인의 슬로건이었던 ‘Be True to Your School’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덩크의 첫 번째 시리즈 타이틀이다. 2021년 한정판 “범고래” 디자인이 출시되며 다시 한번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유구한 역사를 지닌 덩크가 트렌드 리더들의 눈길을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스타일과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는데 대담하고 현대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 의외로 스케이트보드와 만나며 스트리트 패션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스케이트보더들에게 선택받은 또 다른 이유는 편안함과 기능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덩크로우가 전 세계적 사랑을 차지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정판과 콜라보입니다. 우탱클랜, 트래비스 스캇, 슈프림, 스투씨, 플레이스테이션 등과의 전방위적 협업에 이어 최근에는 최고의 영화배우로 지목되는 티모시살라메와의 웡카 버전까지 선보였습니다. 이는 곧 한정판 발매로 이어지고 컬렉터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트렌드가 보이는데, 아티스트나 브랜드 협업 통한 한정판이 출시일 오픈런을 부르고 운 좋은 이들이 구매한 한정판이 고가에 거래되는 건 이해가 가지만 일반적(?) 범고래까지 웃돈이 붙어 리셀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범고래는 약 12만 원 정도로 가격이 책정되고 판매된다. 그런 운동화가 한 때, 3배가 넘는 38만 원 선에서 거래된 적도 있고 최근에는 리셀 가격이 다소 하락했지만 판매가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최근까지 덩크로우 구매를 위해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 구매 응모를 하면, 추첨된 인원만 범고래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스터리다. 2023년 2월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미국 WSJ는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나이키는 올해 1월 재입고 기간 중 15만 켤레의 범고래를 새로 들여왔고, 재고로도 50만 켤레를 보유하고 있었다.”라고 나오고 이 정도 물량은 사실 어마어마한 양이다. 나이키코리아도 꾸준히 덩크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구매 응모를 해야 한다. 

왜 이럴까? 수요가 너무 많다,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미국의 한 SNS 사용자는 디즈니랜드 방문 시, 하루에 덩크로우를 신은 사람을 75명이나 봤다고 한다. 젊은 세대들이 모이는 장소에 간혹 가보면 길거리에 수많은 범고래가 헤엄치고 다닌다.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범고래들이 단체로 지하철에 탄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급자는 더 많이 공급하려 난리 치는데 리셀이, 물론 이전보다는 저렴해졌지만, 여전히 이루어진다. 희소성이 점점 더 낮아진다. 과연 이런 현상을 트렌드, 팬덤으로만 해석해야 할지 의문이다. 


언박싱 후기에 제품의 퀄리티 이슈도 자주 제기된다. “나코(나이키코리아)가 좀 더 제품 퀄에 신경 썼으면 좋겠다.” “퀄이 아쉽지만 응모해 살 수 있는 게 어디야” 등 등. 희소성이 약해지며 제품의 질까지 거론된다면 나이키 덩크로우가 수십 년 간 쌓아 온 브랜드의 역사와 유산에도 결코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신고 싶어 하고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은 브랜드에게는 큰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영국의 브랜드 가치 평가 컨설팅 조직 브랜드 파이낸스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의류 기업 중, 나이키는 313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루이비통이 2위, 샤넬이 3위다.    


나이키는 넘사벽 브랜드라서 큰 문제가 없을지, 아니면 팬덤의 부정적 측면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범고래”는 대한민국에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셀럽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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