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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Feb 21. 2024

하프타임랩소디 #1 - 절반 즈음에서 시작하는 글쓰기

숫자 50에 뭘 많이 담지 않기!

서점에 가면 20대, 30대, 40대, 50대, 그 이상 연령층에게 뭔가를 하라고, 알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하는 책들이 매대에 가득하다. 서점에 자주 가는 편이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책들을 훑어보거나 눈길 줘 본 적이 없다. 조금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반백을 살다 보면 연령을 제목에 담은 자기 개발서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지 대략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의 서평에 담긴 “나도 이런 얘기는 할 수 있겠다. 책 써서 돈 벌기 쉽네.” 류의 냉소적이며 평가절하하는 평들이 가끔씩 보이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50대를 타깃으로 한 책이라면 아마도 대부분 전환점,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평가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 새로운 시작, 전환점, 가족 돌아보기, 새로운 목표 등에 대해 말할 것이다. 


이런 예상이 맞다면 그런 책을 꼭 출간 목적이 아니더라도 내가 나를 위해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0대는 새로운 인생의 챕터를 시작하는 것이며, 동시에 인생의 하프타임이 되어가는 시점으로도 해석된다. 마치 스포츠의 하프타임처럼, 50대는 삶의 중간 점검과 다시 시작의 시간으로 말이다. 스포츠의 하프타임에는 선수와 감독이 전반전을 평가하고 쉼의 시간도 갖으며 후반전 전략을 짠다. 하지만 내 하프타임에는 오로지 나만 있다. 내가 선수고 내가 감독이다. 평가도, 지시도, 칭찬도, 꾸지람도 내가 하고 내가 듣는 시간이다. 축구의 하프타임은 15분이지만 나의 하프타임은? 짧을 수도 길 수도 어쩌면 느끼지 못하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아주 지극히 주관적 시간의 흐름만 존재하는 하프타임이다. 


어쩌면 운 좋게 하프타임의 시기에 인생의 경로를 조정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시점을 맞을 수도 있고 전반전의 힘든 상황을 지나 후반에서 경기를 뒤집고 승리를 쟁취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내가 크게 기대하는 하프타임의 역할은 아니다. 나는 하프타임을 내 생각, 경험을 정리해 보는 글쓰기를 준비하고 시작하는 시간으로 정의하고 싶다. 그리고 어디부터 시작할까 하고 고민을 하다 결론 내리기를 대단한 방향을 지니지 말고 내 경험, 내 생각부터로 정했다. 담길 이야기는 나는 알고 남은 모르는 혹은 조금이라도 관심 가질 수 있는 이야기로. 


어떤 주제로 무엇을 소재로 할지 모르지만 자유롭게 흐르는 대로 가고 싶다. 그래서 광시곡을 떠올렸다. 우리가 잘 아는 Queen의 <Bohemian Rhapsody>에도 등장하고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으로도 친숙한 음악 용어, 랩소디. 한자로 狂詩曲으로 표기되는데 왜 “미칠 광”을 썼는지 아직도 그 기원을 모르겠지만 광시곡이라는 어감이 참 좋다. Rhapsody의 어원은 그‘낭송자’를 뜻하는 그리스어 ‘rhapsōdos’에서 비롯되었다 하고 음악 용어로써는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과 다소 극적인 단악장 음악”(출처:두산백과)으로 해석된다. 자유로운, 극적인 두 단어가 내가 생각하는 랩소디 이미지와 잘 붙는다. 


단악장인 랩소디와 달리 하프타임 랩소디가 얼마나 긴 의미 있는 악장이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정리를 넘어 새로운 챕터 안에 담길 소중한 이야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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